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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뉴스 댓글란을 없앴을까?

ⓒhuffpost

드루킹 김모씨의 네이버 댓글 여론 조작 사건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더불어민주당의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 댓글 조작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특검을 도입하여야 한다고 야권 3당이 공동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이러한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사건이 일어난 원인은 국내 언론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들의 운영상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 해결책 중의 하나로 포털 사이트의 댓글 기능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선진국이고 인터넷, 모바일을 통한 언론 기사 보급도 우리 보다 앞섰던 구미 각국의 언론 매체들은 뉴스 댓글란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필자는 아무래도 우리보다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추측했었는데, 놀랍게도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National Public Radio, NPR)이 자사 웹사이트에서 이미 재작년인 2016년 8월 17일에 기사 댓글란을 없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그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국내에서의 논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NPR이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한 번 살펴 보게 되었고 여기에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pattonmania via Getty Images

NPR은 미국에서 신뢰받는 언론 기관으로 지역 라디오 방송국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방송국이다. 이 방송은 자사의 청취자/독자들이 인터넷에서 건전한 토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댓글란을 열었으나, 극소수의 사용자들(전체의 0.06%(!))만이 댓글을 대량으로 올리는 것을 발견했고, 그나마 댓글들은 인종 차별, 혐오 발언, 다른 사용자에 대한 위협으로 점철되었다고 한다. 또한, 댓글을 단 사람들은 전체 NPR 청취자/독자들의 구성과는 달리 대부분 남성들이고, 또한 젊은층들이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 환경이 아니라 PC에서 댓글들이 올라오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래도, NPR은 자사 스탭의 관리자 기능을 강화해서라도 어떻게든 댓글란을 존속시켜 보려고 수년 간 애를 썼으나 결국은 망가지는 댓글란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어서 이를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정을 하고만 것이다. 대신에 NPR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사용자/독자/청취자의 의견을 계속해서 받기로 결정을 하였다(국내에서도 네이버와 같은 포털의 댓글란을 없애더라도 이렇게 SNS를 통해 피드백을 받으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러한 뉴스 사이트에서의 댓글란 폐지 결정은 NPR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NPR의 이러한 재작년 8월의 뉴스 댓글란 폐지 결정 전에도, 로이터 통신, 시카고 선타임즈, Popular Science, The Week, Mic, Recode, The Verge, USA Today의 FTW 같은 유수한 매체들이 뉴스 댓글란 폐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NPR이나 로이터 통신 같은 구미의 유수의 매체들이 뉴스 댓글란을 없앤 경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의 댓글란을 없애자는 논의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어 보인다.

비슷한 점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결국 이 댓글란이 극소수 유저들이 대량의 댓글을 계속 달아 전체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인신공격이나 다른 사용자/독자에 대한 사이버 불링 같은 것으로 악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그래도 구미 선진국에서는,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드루킹 일당의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 허위 조작 등의 위법 행위 같은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해당 매체들이 책임감 있게 사전 조치로 댓글란 폐지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명백한 댓글 조작이라는 불법행위가 (그나마도 미진하다고 해서 정치권에서 특검 주장까지 나오는 판인) 경찰 수사 중에도 밝혀졌는데 아직도 아무런 책임 있는 조치를 내어 놓지 않은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탈 업체들의 행태는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

포털들이 이런 무책임한 행태를 거듭할 경우에 어떤 사태가 초래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역시 미국의 예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즉 최근에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수상쩍은 업체에 넘겨서, 무려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악용당했다는 비난까지 받고 CEO인 마크 저커버크가 의회 청문회에 나와 사과하여야 했고 유저들이 집단으로 앱 삭제 정보를 공유하기에 이른 페이스북 같은 신세에 우리나라 포탈 업체도 곧 직면하게 될지 모를 일 아닐까?

그런 처지로 몰리기 전에 포털들이 선진국 언론매체들처럼 댓글란이라도 없애서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있음을 보여주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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