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021년 05월 06일 15시 39분 KST

미얀마 수영선수 최초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은 원 테 우는 군부에 저항하기 위해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일지도 모르지만.

한겨레/윈 테 우 제공
미얀마 수영 국가대표 윈 테 우 선수.

“비록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나란히 설 수 없겠지만, 국민의 피로 물든 국기 아래에서 행진하진 않을 것입니다.”

올림픽은 세계 최대 스포츠 대회다. 운동선수라면 참가 자체로도 영광이다. 하지만 최근 도쿄올림픽 참가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선수가 있다. 미얀마의 수영 국가대표 윈 테 우(26)다.

윈 테 우는 지난 4월10일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군부와 연계된 미얀마올림픽위원회의 올림픽 참가는 살인 정권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 성명을 내고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1일 일어난 군사쿠데타 이후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5월4일 기준 군부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은 6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정치적 문제로 국가 차원에서 올림픽 참가를 거부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선수 개인이 정치적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선수들 입장에선 올림픽 포기가 그만큼 어려운 결정이다. 특히 윈 테 우는 2017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으로 건너간 뒤 피나는 훈련 끝에 2019년 미얀마 수영선수로서는 최초로 올림픽 참가자격을 얻었다. 현재 멜버른에 머물며 지난달 30일 한겨레와 이메일 등으로 인터뷰한 윈 테 우는 “올림픽 정신을 지키기 위해, 미얀마의 올림픽 참가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윈 테 우는 현재 미얀마의 상황에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을 해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부 총탄에 맞아 사망한 19살 태권도 선수 치알 신의 죽음을 언급하며 “올림픽 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한 치알 신과 같은 젊은 운동선수를 군인들이 살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와 연계된 미얀마올림픽위원회가 어떻게 올림픽의 가치를 알릴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 미얀마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교체했다.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은 정치적 문제와 분리된 대회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윈 테 우는 미얀마의 도쿄올림픽 참가가 군부의 정치적 선전에 이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군부는 현재 대량 학살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올림픽은 미얀마의 모든 것이 실제로는 좋지 않은 데도, 모든 것이 괜찮다고 세계에 선전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윈 테 우에게 한국은 미얀마가 따라가야 할 민주화의 모범이었다. 그는 “미얀마에 연대를 보내준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면서 “한국인들이 군국주의와 싸워 승리했고, 자유를 얻고 번영을 이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또한 자유를 향해 그 길을 가고 있다. 한국인들이 계속 미얀마 국민과 연대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왜 도쿄올림픽 참가를 거부했나

“미얀마의 시민불복종운동(CDM)에 동참하기 위해 도쿄올림픽 참가를 거부했다. 운동선수로서 올림픽 불참이 이 운동에 참여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한 군사쿠데타 뒤, 미얀마올림픽위원회는 민 아웅 흘라잉 군사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군부는 미얀마 전역에서 인종 청소를 벌이고 있고, 국제기관에서 대량 학살 혐의도 받는다. 올림픽은 미얀마의 모든 것이 실제로는 좋지 않은 데도, 모든 것이 괜찮다고 세계에 선전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미얀마의 올림픽 참여는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이용될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올림픽은 모든 운동선수의 꿈이다. 그러나 군사쿠데타 이후, 그 꿈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6살 미얀마 국민인 나는 우리가 정부에서 군대를 쫓아낼 때까지 미얀마 사람들의 삶이 군대에 의해 지배될 것을 알고 있다. 미얀마의 누구도 군대가 권력에서 사라질 때까지 더 큰 야망을 꿈꾸고, 주목할만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없다. 언젠가는 스스로 위대한 일을 이룰 거라고 믿었던 미얀마 사람들은 어두운 미래를 직면했다.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서, 미얀마 사람들이 자유롭게 꿈을 꿀 수 있을 때까지 기꺼이 내 꿈을 포기할 것이다.”

 

―이번 불참 선언으로 알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미얀마 사람들에게 운동선수들도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또한 전 세계 사람들이 내 결정을 통해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들이 미얀마의 고통을 직시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이들의 용기를 목격하기를 바란다. 자유와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공유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미얀마 국민에게 연대를 표하기를 바란다. 나는 운동선수이자 활동가로서 세계가 지켜볼 올림픽을 미얀마 사람들을 위해 활용하고자 한다. 나는 스포츠가 스포츠 그 이상이라는 것을 세상이 알기를 원한다. 스포츠는 우리 인간의 공통된 표현이고, 그 표현은 인간의 자유에서만 나올 수 있다.”

한겨레/윈 테 우 제공
윈 테 우(가운데)가 지난 1일(현지시각)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 세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미얀마 사람들이 마주한 현실에 대해 말해달라

“오늘날 미얀마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 군대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살해한다. 군대는 반대자들을 위협하고, 침묵을 강요한다. 최근 군대는 중화기를 사용해 친주와 케이인주의 민간인을 공격했다. 미얀마 역사는 혁명과 폭력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번 정권을 마지막 독재정권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민주적으로 선출한 전직 지도자로 구성된 국민통합정부(NUG)를 갖고 있다. 미얀마 역사상 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한 정부다. 나는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유혈사태가 두렵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은 국민통합정부에 대한 희망으로 이 거대한 폭력에 맞서고 있다.”

 

―IOC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번에 내가 보이콧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미얀마올림픽위원회다. 나는 아이오시가 미얀마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얀마올림픽위원회가 미얀마 올림픽 정신의 대표자로서 의무를 다하는지 살피고 있지 않다. 미얀마올림픽위원회는 자국민과 전쟁을 벌이는 군사 정권과 연결돼있고,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 정신이란 있을 수 없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묘사한 올림픽 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한 치알 신과 같은 젊은 선수를 군인들이 살해하는데, 미얀마올림픽위원회가 어떻게 올림픽 가치를 알리기 위해 스포츠를 활용할 수 있겠나. 인류가 함께 기념해야 할 올림픽에 지금의 미얀마가 참여한다면, 이는 세계사의 비극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얀마 국민과의 연대를 위해 지금까지 한국인들이 해온 모든 것을 사랑하고 소중히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군국주의에 맞서 싸워 승리했고, 자유를 얻고 번영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또한 자유를 향해 가고 있다. 한국인들이 계속 미얀마 국민과 연대해주길 바란다. 군사쿠데타 이전의 미얀마 발전에 기여한 한국의 도움에 감사드리고, 미얀마를 아끼는 한국인들이 한국 정부에 미얀마 국민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미얀마의 합법 정부만을 정부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