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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05일 16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3월 05일 16시 36분 KST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행복한 망상이 시작된다

사소한 신호도 두근두근 소중한 그린라이트

huffpost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때부터 나의 행복한 망상이 시작된다.

“왜 연락이 없지?”
“우리는 이대로 끝나는 건가?”
“그냥, 바쁜 걸 거야. 지금 이 시즌에는 바쁘다고 했어. 그렇지. 그게 맞겠네. 바쁜거야!”

혼자만의 고민에 빠져있을 때, 내 친구는 적나라하게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타로점을 봐줄 수도 없지만, 너의 이번 썸의 결과에 대해서는 내가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그 남자는 너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
“진짜야?”
“응, 너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알 것 같은데.

박지선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급작스럽게 연락이 끊어졌을 때 나는 예상외로 좌절스러워했다. 몇 주만 지나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만 연락이 끊긴 바로 그 며칠 동안에는 혼자서 로맨틱 코미디, 호러, 신파극 등 다양한 종류의 소설을 써나간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생각을 갖고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착각이나 망상적인 사고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절대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과정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뇌에 이상이 생겨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이성적으로 좋아하기만 해도 벌어지는 일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우리는 그때부터 착각의 늪에 빠지게 되며,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시작된다. 나를 보며 미소 짓거나, 가벼운 스킨십을 하거나, 혹은 밤늦게 연락이 오는 행동까지 모두 의미가 부여되고, 나의 편의대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한다.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통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편향되고 협소하게 상황을 인식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어! 지금 방금 나를 보고 웃었잖아. 뭐지? 왜 웃었을까? 저 사람도 내가 좋다는 건가?’

이는 정서의 종류에 따라서 정보처리과정의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유쾌한 정서는 직관적이고 어림짐작으로 정보처리를 하게 만들고, 불쾌한 정서는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정보처리를 하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정서의 동기적 특성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기분이 좋을 때는 그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혹시라도 주변의 정보를 꼼꼼하게 처리했다가 나의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으니 정보들을 대충 처리하는 것이다. 반면 불쾌한 기분이 들 때는 기분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보들을 꼼꼼히 처리하며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 있는 것은 어디 없나 찾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기분 좋은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하여 나의 기분이, 나의 바람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상대방이 보내는 사인들을 띄엄띄엄 보게 되고, 내 바람에 맞춰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행여, 상대방이 보내는 사인 중에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질 단서가 있기라도 한다면, 나의 기분 좋은 착각은 한낱 꿈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고, 나의 바람이나 기대는 먼지가 되어 날아가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착각이나 망상에 빠지게 된다면 “절대로” 내가 바라는 좋은 관계로 발전해 가기 어렵다. 이유는 단 하나, 감정의 속도와 크기가 맞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방이 100만큼 좋은데, 상대방은 고작 20밖에 안 좋아한다면 어찌할건가. 착각에 빠진 사람이라면 그를 내 애인처럼 마주하고 기대하고 싶을 것이다. 애인을 보듯이 설레며, 애인에게 서운했듯이 화낼 것이다. 이렇게 친밀한 관계에서 느낄 법한 감정들을 상대방에게 표현한다면, 상대방은 아마도 꽤 당황해 할 것이다.

“너와 내가 무슨 사이라고, 너는 나에게 서운해하니? 우리가 뭐 사귀기라도 하니?”

관계 맺기에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속도를 맞추며 그 거리를 좁혀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가는 내 마음을 부여잡고, 천천히 커지는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해 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보내는 사인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내 마음의 객관성을 잃지 않는 것. 생각보다 심각하게 더 많이 어려운 일인 듯하다. 때문에 말은 이렇듯 뻔지르르하게 하고 있지만, 나 또한 마음이 동했을 때 객관성을 가장 쉽게 잃고 착각도 잘하게 된다.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