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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전부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 허완
  • 입력 2020.08.25 17:07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은  ⓒBrendan McDermid / Reuters

워싱턴/런던 (로이터) -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거의 곧바로 버락 오바마가 정성 들여서 만들어놓은 외교정책 유산을 무너뜨리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이후 트럼프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무역협상들, 글로벌 기후변화 협약, 이란과의 핵합의, 수십년 간의 쿠바 분쟁 종식 계획을 파기했다.

트럼프는 또한 독일에서부터 일본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오랜 동맹국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반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북한의 김정은 같은 권위주의 통치자들을 추어올렸다.

중국의 시진핑을 잔뜩 추켜세운 뒤에는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과 ‘말의 전쟁’을 개시함으로써 신냉전, 심지어는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전 세계 각국의 전직 고위 외교관들은 트럼프가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믿음에 중대한 흠집을 남겼다고 말한다. 이들은 11월3일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세계 각국은 10여년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을 때보다 더 큰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또 민주당 정부가 기후변화 협약을 시작으로 오바마 시대를 대표하는 정책들을 복구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은 당선될 경우 오바마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들을 복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내부 문제에 더 집중하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은 당선될 경우 오바마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들을 복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내부 문제에 더 집중하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Carlos Barria / Reuters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널리 퍼져있음에도 그의 정책적 유산이 단숨에 창문 바깥으로 내던져지지는 않을 것이며, 미국의 오랜 동맹국들이나 전략적 경쟁국들도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으며 수십년 동안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외교정책 분야의 경험을 갖춘 바이든으로부터 ‘소프트 터치’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접근법으로 체현된 국내 문제 우선 경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우리는 중국, 러시아와의 권력 외교에 있어서 미국의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는 전환기에 있다. 말하자면 이건 새로운 세계다.” 워싱턴주재 프랑스 대사를 지냈던 제라르 아로가 말했다.

″(앞으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에 더 집중할 거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오바마와 트럼프도 그걸 이해했다고 본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코로나바이러스에서부터 간첩행위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정부가 최근 다양한 이슈를 놓고 중국을 공격하면서 동원한 어조가 일부 우려를 자아낸 건 사실이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중국 정책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초기에 그랬던 것보다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와 바이든이 중국에 ”물렁”했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려 하지만 말이다.

″오바마 정부 마지막 2년 동안에는 새로운 중국 전략이 있었다.” 국방부 관료 출신이자 중국 전문가로 트럼프의 외부 자문 역할을 해왔던 마이클 필스버리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대중국 강경 정책을) 트럼프가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책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책상. ⓒCarlos Barria / reuters

 

그는 바이든의 정책자문인 일라이 라트너 신미국안보센터(CNAS) 부센터장, 커트 캠벨 전 국무무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정책담당 부차관, 토니 블린켄 전 국무부 부장관, 로버트 워크 전 국방부 부장관,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 등이 모두 중국에 대한 강경한 분석들을 내놨었고,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간첩 활동, 무역 행태들에 대한 우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국가안보 고문을 지낸 피트 리케츠는 트럼프의 중국 정책에 칭찬할 부분이 있다며 이와 동시에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나서서 중국을 지목해서 문제를 제기하려는 트럼프의 의지는 긍정적이었다. 지금은 너무 많이 나가서 중국과 전면적인 냉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역대 영국 총리 세 명에게 외교정책을 자문했던 톰 플레쳐는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의 중국 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다만 스타일은 덜 거칠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정책이 트럼프의 중국 정책과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언어는 다를 것이고, 더 많은 지혜와 전략이 (정책을) 뒷받침할 것이다.” 그의 말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전례가 없는, 그러나 여전히 성공을 보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의 북한 관여 정책을 바이든의 기본 원칙을 보여줄 단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바이든은 개인적 관계에 의존한 트럼프의 외교가 ”허영된 프로젝트”였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실제로 진전시킬 수 있는 전략이 마련될 경우에만 회담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신뢰도의 추락

미국주재 EU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오설리번은 트럼프가 ”대단히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며 미국의 이미지와 리더십을 재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해외 개입 범위에 대한 우려나 일부 동맹국들이 자신들의 몫을 감당하지 않고 있다는 정서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팽배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배해도 유럽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없을 거다.” 오설리번 전 대사가 말했다. ”이 (트럼프) 정부는 특히나 어리석었고, 특히나 서툴렀고, 솔직히 말해 동맹국들을 소원하게 하고 이전까지 적국으로 간주되던 사람들을 편하게 해줬다.”

″그와 동시에 바이든 정부가 (이전의) 유럽-미국 협력 황금기의 도래를 알릴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본다. 차이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고 다만 (트럼프 정부와는 다르게) 상호존중이 있었던 시기로 돌아가 시작하게 될 거다.”

(자료사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기념촬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왓포드, 영국. 2019년 12월4일.
(자료사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기념촬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왓포드, 영국. 2019년 12월4일. ⓒChristian Hartmann / Reuters

 

오설리번 전 대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이란 핵합와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협상을 복구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도 트럼프가 늘 말하는 그런 ”더 나은 합의”를 따내기 위한 재검토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손상된 관계들이 수선되더라도 트럼프의 거친 접근법이 남긴 상흔은 여전할 것이며, 다른 국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미국의 지도를 따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불변성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흔들렸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을, 오바마 정부에서 바레인 대사를 지냈던 애덤 에렐리 프린스턴대 교수가 말했다.

″그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트럼프가 다시 벌어지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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