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10일(현지시각)부로 전국에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바이러스가 집중된 북부 지역에 적용됐던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앞서 중국 정부가 우한 등 주요 도시와 지역에 봉쇄령을 내린 적은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조치가 내려진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9일 저녁 주세페 콘테 총리가 발표한 이 조치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6000만명에 달하는 모든 시민들의 이동이 제한됐다. 필수 업무나 건강, 그밖의 비상상황 등이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게된 것이다.
집회나 행사, 스포츠경기 등은 모두 금지됐고 기차역과 공항 등에는 일종의 검문소가 설치돼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게 된다. 극장과 술집, 나이트클럽 뿐만 아니라 장례식과 결혼식 등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와 행사도 모두 금지됐다. 모든 학교와 대학교에 대한 폐쇄 조치도 4월3일까지로 연장됐다.
콘테 총리는 ”나도 집에 머물 것”이라며 ”이탈리아를 위해 우리 모두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지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활동을 하던) 우리의 습관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주말 사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해 중국 이외 국가들 중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 누적 확진자수는 9172명을 넘어서며 한국보다 많아졌고, 사망자는 463명으로 늘어났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사망자수다.
이날 이탈리아 곳곳의 교도소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면회 금지 조치에 반발한 재소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최소 6명이 숨졌다. BBC는 사망자들 중 최소 두 명은 교도소 내 의무실에 난입한 뒤 헤로인 대체제인 메타돈을 과다복용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19는 유럽 내 다른 국가들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에서도 코로나19 누적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스위스와 네덜란드, 영국, 스웨덴, 벨기에, 노르웨이에서는 각각 2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