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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소비가 하루 평균 14만끼에서 6천끼로 줄었다

항공업계는 앞으로 2~3개월 안에 모두 도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 박수진
  • 입력 2020.04.02 18:02
  • 수정 2020.04.02 18:04

분주히 음식을 준비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내식을 담은 운반용 수레는 빈 상태로 겹겹이 쌓여 있었고, 항공기까지 이를 운반하던 냉동차의 긴 대기 줄도 온데간데 없었다.

생산한 기내식을 보관하는 1층 냉동실은 대부분 ‘가동중지’ 안내문이 붙어있었는데, 일부는 물품 창고로도 쓰이고 있었다. 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인근 3층 규모의 대한항공 기내식센터는 고요했다.

항공기에 납품할 기내식을 보관해야 할 냉동실에 각종 물품이 쌓여 있다.
항공기에 납품할 기내식을 보관해야 할 냉동실에 각종 물품이 쌓여 있다. ⓒ한겨레/이정하 기자

코로나19에 막힌 하늘길은 국내 항공업계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7만2천여끼를 생산해 대한항공을 포함해 30여개 항공사에 납품하던 이 센터의 물량은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2월3일부터 급격히 감소했다. 한달여 만에 주문량이 2만끼 이하로 곤두박질쳤고, 최근에는 3천여끼로 줄었다.

기내식을 공급받는 항공사도 2곳으로 줄었다. 생산물량이 96%나 줄면서 생산공정은 사실상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200여명이 일하던 센터 2층 디쉬 업(완성된 음식을 그릇에 담는) 작업장은 20열 가운데 2개 열만 가동 중이었다.

기내식을 쟁반에 담아 포장하는 작업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인숙 기내식담당(차장)은 작업장 천장에 달린 전광판을 가리키며 “이날 운항 예정이던 비행기 편이 줄줄이 취소됐다는 표시”라며 “기내식 주문도 취소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기내식 디쉬 업 생산공정 20열 중 2곳만 가동 중이다.
기내식 디쉬 업 생산공정 20열 중 2곳만 가동 중이다. ⓒ한겨레/이정하 기자

대한항공 쪽은 센터에서 근무하는 6개 하청업체 소속 생산인력 1300여명을 현재 350여명까지 줄였다. 하청업체들은 경영 정상화 때 재고용을 조건으로, 유·무급 휴가, 권고사직 등을 통해 구조조정했다. 이 센터 인근에 있는 다른 기내식 납품업체 3곳도 피해를 비껴가진 못했다.

김세용 기내식사업부 수석은 “대한항공 기내식센터를 포함해 주변 4곳이 하루 평균 14만끼를 공급했는데, 현재 다 합쳐 6000여끼에 불과하다”며 “자력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 지점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여객기 144대 가운데 130대가 인천과 김포 등 전국 공항에 세워져 있는 상태다. 90%가량이 운항을 중단한 셈이다. 또한 에이전시를 통해 고용한 외국인조종사 390명에게 3개월 무급휴가를 의무 부여했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6개월간 순환 유급휴직을 시행하는 방안도 노사 협의 중이다. 고정 지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자료사진: 3월24일 인천공항
자료사진: 3월24일 인천공항 ⓒHeo Ran / Reuters

항공업계는 앞으로 2~3개월 안에 모두 도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항공협회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 국적항공사의 2~6월 매출 손실만 6조4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하면 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 11조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분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부 지원 대상을 저비용항공사뿐만 아니라 국적항공사 전체로 확대하고,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신용등급 및 부채비율 등의 지원조건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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