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1년 06월 08일 16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6월 08일 16시 12분 KST

"정혈대(생리대) 대신 양말이나 화장지" 월경 빈곤은 '현실'이고 우리는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영상)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탐폰 하나로만 버티는 청소년이 많다.

HEY GIRLS
자료사진

정혈 용품을 살 돈이 없어 식비를 줄이고 생활비를 줄였다

‘플랜 인터내셔널UK’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중 영국에서만 3분의 1 이상의 청소년이 정혈(생리) 용품을 구입하거나 이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백만 명이 넘는 14~21세 사이 여성들의 실제 경험이다. 많은 청소년이 1년간 정혈 용품을 구입할 돈이 전혀 없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3/4인 73%의 청소년이 정혈대(생리대)나 탐폰 대신 화장지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 수치에 따르면 무작위 배정된 30명 규모의 학급이 있다면, 그중 5~6명은 정혈 빈곤을 겪는다는 걸 보여준다. 그중 3명은 어쩔 수 없이 정혈 기간에 정혈대 대신 화장지를 사용해야 한다. 일상 속에서 매 순간 언제 피가 샐지 불안에 떨어야 한다. 

정혈 용품을 구입할 돈이 부족한 여성 중 일부는 식비를 줄이거나(30%), 비누나 치약 등 위생용품 살 돈을 줄이거나 (23%), 옷 살 돈(39%)을 줄여야 했다. 

아래는 ‘정혈 빈곤’을 겪는 이들을 보여주는 ‘헤이걸스’의 캠페인 영상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여성도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수 많은 여성이 탐폰이나 정혈컵, 정혈대 등을 살 돈이 부족하다. 게다가 오히려 이런 사실을 조롱하는 사람도 많다. 온라인상에서 ”맨날 정혈대 살 돈은 없다면서, 전부 휴대폰은 있더라”, ”딸에게 정혈대 사줄 돈도 없으면 인생을 잘못 산 것 아닌가?”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헤이걸스‘는 ‘정혈 빈곤의 현실’에 관해 알리기 위해 이런 글들을 공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설립자인 실리아 호드손은 ”모든 여성이 한 번쯤, 정혈 용품을 급하게 찾아 헤매거나 갑자기 샐까 봐 두려웠던 경험이 있을 거다. 이런 경험을 많은 여성이 매달 일주일 내내 겪는다. 인터넷에서 익명의 유저는 이를 조롱하곤 한다. 절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HEY GIRLS
자료사진
 

양말이나 화장지를 정혈대 대용으로 사용하며, 건강과 자존감이 무너졌다

호드손은 정혈 빈곤을 실제로 겪었다. 기초수급자로 세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그는 매달 월경 때마다 눈에 보이는 아무 천이나 정혈대 대용으로 이용하곤 했다. ”화장지조차 사용하기 힘들 때가 있다. 다른 가족이 사용해야 하는 생필품이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이 없는지 찾아야 했다. 주로 양말을 사용했다. 겹쳐서 사용하기 비교적 편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호드손은 양말이나 화장지를 정혈대 대용으로 사용할 때마다 혹시라도 새거나 빠져나올까 봐 항상 불안했다. 정혈 빈곤은 자존감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허프포스트 영국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에 피를 흘릴까 봐 불안해하던 때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현재 호드손의 자녀는 모두 성인으로 성장했으며 손자까지 있다. 하지만 호드손이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혈 빈곤은 존재한다. 

″하루 종일 탐폰 하나로 버티는 학생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어쩔 수 없이 하나만 사용하는 경우다. 많은 청소년이 정혈 용품을 풍족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교체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정혈대나 탐폰을 하나로 계속 사용할 때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또 건강에도 매우 나쁘다. 생식기 건강 전문가이자 월경 주기 확인 앱 ‘클루’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라이내 브레이보이 박사는 ”정혈 용품을 너무 오래 사용하면 정말 큰일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혈대는 외음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또 탐폰을 오래 사용하면 ‘독성 쇼크 증후군’이 일어날 수 있다. 같은 탐폰을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잠잘 때 질 내 탐폰을 착용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심각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또 연구에 따르면, 정혈 용품이 아닌 일반 천을 대용할 경우 훨씬 염증 등의 감염이 자주 발생했다. 이외에도 ‘BMC 우먼스 헬스’가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정혈 빈곤을 겪는 여성은 훨씬 더 다양한 단계의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았다.  

 

Ada daSilva via Getty Images
정혈 용품
 
 

정혈 빈곤 해결을 위해 정혈 용품 ‘무료 혜택’이 늘어야 한다

정혈 빈곤을 타파하기 위해 학교에서 무료 정혈 용품을 나눠주거나 탐폰에 붙은 세금을 면제하는 방안이 영국에서 일부 시행 중이다. 하지만 호드손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혈 용품 세금을 면제한다고 해도 애초에 원래 가격이 비싸서 정말 돈이 없는 여성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다. 또 2021년 1월 통계를 보면 영국 내 무료 정혈 용품을 나눠주는 학교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또 이런 무료 용품을 어떻게 받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일부 학교는 화장실에 무료로 정혈 용품을 누구나 쓸 수 있게 두지만, 따로 신청을 해야 하는 방침을 둔 학교도 있다. 이 경우에는 ‘빈곤’을 알리고 싶지 않거나 놀림당할까 봐 무료 용품을 포기하는 청소년도 많다.  

먼저 정혈 빈곤이 현실이라는 걸 인정하고 이를 위해 목소리 내는 게 중요하다. 정혈 용품을 기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우선 사회의 ‘빈곤’을 없애는 게 더 중요하다. 무료 정혈 용품 제공처를 늘려야 하는 이유다. ”정혈은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문제다.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정혈 용품이 제때, 필요한 만큼 제공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호드손의 말이다. 

 
 
 
 

*허프포스트 영국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