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위협조차 분열과 대립의 대상이 되어버린 트럼프 정부 시대의 미국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른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앨리슨 매클라렌이 촬영한 이 사진은 화창했던 지난 일요일(19일) 오후 덴버에 위치한 주 의회 건물 앞에서 벌어진 시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시위는 뉴욕타임스가 칼럼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자유를 위한 행진”으로 묘사한 바 있는, 최근 미국 각지에서 벌어졌던 시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수의 시위 참석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구가 적힌 깃발과 플래카드 등을 들고 나온 이날 시위의 메시지는 하나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주 정부가 시행중인 ‘외출금지령(stay-at-home order)’을 이제 그만 끝내라는 것이다.
시위대는 트럭과 오토바이, 승용차 등을 몰고 일제히 의사당이 있는 링컨스트리트를 행진했다.
이 때 의료진으로 보이는 두 명이 수술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말 없이 시위대의 행진을 가로막고 나섰다.
성조기가 그려진 반팔 티셔츠를 입은 한 중년 여성은 행진이 가로막히자 창문 밖으로 몸을 빼고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가 내민 플래카드에는 오래 전부터 미국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여왔던 문구, ‘자유의 땅(Land of the free)’이 적혀 있었다.
그는 의료진으로 보이는 이 남성을 향해 고함치듯 외쳤다. ”공산주의를 원하면 중국으로 가라! 중국으로 가라!”
이 여성은 이어 ″당신은 일하러 가는데 나는 왜 일하러 갈 수 없는 거냐?”고 했다. 병원과 식료품점 등을 뺀 나머지 비필수 업종의 영업을 모두 중단시킨 주 정부의 결정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을 촬영한 매클라렌은 ”그들은 경찰 병력이 오기 전까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사람들(시위자들)은 그들의 바로 앞까지 차를 들이댔다.”
이날 시위에 나선 이들은 경제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격한 지지를 표했다. 이들은 주 정부가 사람들의 외출을 제한하고 상점들의 영업을 금지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드물었다.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다.” 제퍼슨 카운티에서 왔다는 매리 콘리씨가 덴버포스트에 말했다. ”이제 다시 삶을 시작할 때다.” 그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알아서 잘 지킬 테니 ”사람들을 믿으라”고 말하기도 했다.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왔다는 짐 페니모어씨는 코로나19에 대한 극단적인 대응은 경제를 망가뜨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으려는 ‘정치적 수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죽음을 목격해야만 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코로나19가 아니라) 다른 이유들 때문에도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했다.
또 다른 시위자인 앤지 콘데씨는 ”그들이 이 바이러스를 너무 크게 만드는 것 같다고 느낄 뿐”이라며 ”나는 그저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덴버에 거주한다는 릴리 칼슨씨는 주 정부의 조치 때문에 두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며 매월 1200~1600달러의 수입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콜로라도 주민들이 이제 알아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을 거라며 경제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