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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중인 신종 코로나 확진자 가족이 정부 지원과 '예상 못한 괴로움'에 관해 말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 가족 인터뷰

자가격리된 박아무개씨의 거실에 구에서 제공한 생활용품들이 놓여 있다. 박씨는 정부의 지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자가격리된 박아무개씨의 거실에 구에서 제공한 생활용품들이 놓여 있다. 박씨는 정부의 지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불안한 마음보다 더 힘든 건 이웃들의 근거 없는 비난이었다. 박아무개씨의 가족 중 일부는 2월 말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가족들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구청의 요청에 따라 앞선 2주 동안의 동선을 자세히 적어 냈다. 확진자와 그 가족으로서는 당연한 의무이고, 이런 정보가 공개돼야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안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선이 공개되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이어졌다. 동선 정보를 본 일부 이웃들이 인터넷 카페에서 그의 가족이 신천지 신자고,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마구 돌아다녔다고 비난한 것이다.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박씨는 “우리는 다른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감염됐다. 근거 없는 비난은 확진자나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된다는 점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가족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박씨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5일 현재 일주일째 자가격리 중이다. 그는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확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앞으로 일주일 더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불안감은 자주 밀려온다. “병원으로 옮겨진 가족들의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나도 감염된 것은 아닐까 늘 불안해요.” 그는 별 증상이 없는데도 감기약을 찾아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일주일 넘도록 회사에 나가지 못해 일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내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하고 있고, 나 때문에 회사가 피해를 봤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하루빨리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진자 등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혐오적 시선도 확진자와 그 가족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이번 일로 박씨의 가족 가운데 한 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인턴으로 다니던 회사에 가족 상황을 보고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는데, 며칠 뒤 회사로부터 “이제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가 왔다고 한다. 회사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업무 때문”이라고 했지만, 당사자와 가족들은 코로나19와 관련된 해고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진 아래 인터뷰 계속)

3월5일 서울의 한 농협하나로마트 매장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3월5일 서울의 한 농협하나로마트 매장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ASSOCIATED PRESS

박씨는 주변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의 가족이 다니던 회사 사무실은 폐쇄됐고, 함께 운동했던 동호회 회원도 모두 자가격리됐다. 가족이 방문한 가게나 의원 등은 동네에서 기피 대상이 됐다. 그는 “너무나 미안한 일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들은 이미 소독해서 안전하다고 하니 정부에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주면 좋겠다. 우리 가족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박씨에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병환 중인 어머니를 자주 찾아온 지인이 그의 가족과 함께 확진 판정을 받았고, 몸 상태마저 좋지 않다는 점이다. “그분이 어머니를 돕다가 확진된 점도 미안하고, 현재 건강이 좋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박씨는 어머니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 가족들이 바로 검사를 받지 못한 일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은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기간·동선이 겹치는 400여명에게 연락을 했다는데, 그의 가족은 연락을 받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에 그 병원에 수차례 확인했지만, 병원 쪽은 그의 가족은 코로나19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보건소에도 갔지만, 별 증상이 없던 탓에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나중에 구청에서 온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뒤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미 닷새가량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현재 정부의 대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그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확진 결과가 나온 뒤 감염된 가족들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어요. 방역 소독도 그날 바로 이뤄졌고요. 자가격리된 뒤에는 생활필수품 지원, 매일의 건강 상태 점검, 내놓은 쓰레기 청소 등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당해보니 복지·의료 서비스 수준이 높아진 사실을 실감할 수 있네요.”

박씨는 일주일 뒤에 다시 검사를 받는다. 그때 음성 판정을 받으면 자가격리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가족들은 3~4주로 예상되는 치료 뒤에도 한동안 자가격리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평소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내게 일어났고, 이런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한 이들을 근거 없이 비난하지 말고, 자신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주면 좋겠어요.” 그가 말했다.

확진자의 가족인 박아무개씨가 자가격리된 자택에서 바라본 3월 초의 바깥 풍경. 가족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박씨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확진자의 가족인 박아무개씨가 자가격리된 자택에서 바라본 3월 초의 바깥 풍경. 가족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박씨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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