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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벅스 홀리데이 광고 최초로 실제 동성 커플이 출연한 사연과 의미 (영상)

게이 아빠들과 딸의 모습을 담은 가족 광고다.

저자(왼쪽) 트래비스와 그의 파트너 데이비드(오른쪽)
저자(왼쪽) 트래비스와 그의 파트너 데이비드(오른쪽) ⓒCourtesy of Travis Grossi

 

″나랑 스타벅스 홀리데이 광고 오디션 보지 않을래?” 나는 거실에 삼각대 설치를 한 뒤 내 파트너인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지금 당장?”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면서 놀란 듯이 나를 바라봤다.

내 파트너가 연기자는 아니었지만 예전에 함께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내 에이전트는 가끔 커플 캐스팅 공지를 보내왔다. 그는 항상 ‘좋다’고 한다. 우리는 항상 거실에서 캐스팅 오디션용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멀리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스타벅스 오디션을 위해 상상 속의 딸과 함께 할머니와 화상통화(페이스타임)하는 역을 연기해야 했다. 이번 스타벅스 광고는 ‘우버이츠 (음식 배달 서비스)’를 통해 스타벅스를 쉽게 집에서도 배달해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 2분간의 즉석 영상에서 커피 잔을 스크린을 향해 높이 들고 배달되는 사실에 축하하는 장면을 찍어야 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슬픔은 없는 척해야 했다.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주에 살면서 지난 몇 년간 예술가로 일해왔고 데이비드는 가수로 성공했지만 나는 코미디 작가와 배우로서 큰 성공은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며칠 후 내 에이전트가 스타벅스에서 영상을 보고 답을 줬다는 소식을 줬다. 캐스팅 사무실 측 직원과 줌(ZOOM) 어플로 화상 회의를 했다. 

감독은 상상 속의 딸과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게 했는데, 그 모든 과정이 약간 우스꽝스럽다고 느꼈다. 이 모든 과정이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스타벅스 홀리데이 광고에 첫 실제 게이 커플로 출연이 확정됐다. 

다음 주 촬영장에 도착하자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시티의 숲이 무성한 거리에서 거대한 촬영 장비가 두 채의 거대한 집을 점령한 상태였다. 복면을 쓴 직원들이 사방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의상실은 화려한 옷을 제공했고 배경이 되는 주방은 더 화려했다. 데이비드의 어머니로 캐스팅된 아름다운 배우는 실제로는 바로 옆집에 있었지만 페이스타임(애플사가 개발한 영상 통화 프로그램)으로 화상통화하는 척을 해야 했다. 딸 역을 맡을 아역은 10살이었다. 광고 촬영은 정신은 없었지만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나는 무슨 일을 했는지 드디어 깨달았다. 구글에 ‘스타벅스 게이 커플 광고’를 검색했다. 결과는 바로 우리가 스타벅스 홀리데이 광고에 등장할 사상 첫 실제 동성커플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2017년 스타벅스는 광고에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한 레즈비언 커플을 등장시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먼저 아래 우리가 출연한 스타벅스 광고부터 확인해 보라!

광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아니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광고를 바꾸는 것 같아 용기를 얻었다.

 

마침내 광고가 방영된 후에야 이 광고가 어떤 의미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휴대폰이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하는 지인들 때문에 폭주하기 시작했다. ”방금 그 광고 너희들 맞아?”, ”아이는 또 무슨 일이야?”, ”데이비드가 광고에 입고 나온 옷 혹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상징하는 거야?”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나는 광고에 관한 반응을 읽으며 정말 많은 사람이 우리의 모습을 볼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성 커플이자 인종도 다른 아빠들이 딸과 함께 홀리데이 쿠키를 굽고, 웃고 있는 할머니에게 화상 통화를 하는 모습이라니!

물론 가상 가족이긴 했지만 실제 여러 가족과 닮은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다. 또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대표하여 이런 모습을 일부라도 보여 줄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광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아니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광고를 바꾸는 것 같아 용기를 얻었다. 

 

ⓒleekris via Getty Images

 

현재 미국 대법원은 동성애자 미국인을 차별하기 위한 종교단체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다. 또 올해 기록적인 숫자의 트랜스젠더가 살해됐다. 이 와중에 스타벅스 같은 대형 브랜드가 성소수자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가족을 연중 가장 중요한 광고에 보여준다는 사실에 희망을 갖게 된다. 

사실 왜 안 되겠는가? 우파 단체들이 TV에서 성소수자를 볼 때마다 쏟아내는 불만과 성화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미국 내 많은 사람이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이에 호응하고 싶어 하는 걸로 보인다.

느긋하게 커피를 한 잔 마시며 광고를 보고 연락 한 수많은 질문에 즐겁게 답장했다: ”그거 우리 맞아!”, ”데이비드가 입고 나온 스웨터는 긴즈버그를 상징한 건 아니지만 우연히도 닮았네.”

 

 

*저자 트래비스 그로시는 뉴욕, 파리, 상하이,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멕시코 메리다에서 살고 있다. 그는 작가 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와 그의 파트너의 모험을 감상할 수 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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