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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냉동인간 1호 신청자' 50대 아들은 냉동 보존된 80대 노모가 깨어나면 "엄마. 잘 잤어?"라고 물어보고 싶다

아들은 어머니와의 영원한 이별 대신 기약 없는 기다림을 선택했다.

정길씨(좌)와 어머니의 생전 사진(우)  
정길씨(좌)와 어머니의 생전 사진(우)   ⓒSBS스페셜

지난해, 암으로 숨진 80대 노모를 냉동인간으로 보존 신청한 50대 아들이 처음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국내 냉동인간 1호 신청자’로 불린다.

 

어머니를 보낼 수 없는 아들

김정길(가명)은 22일 SBS스페셜 ‘불멸의 시대 2부: 냉동인간’ 편에 출연해 모친을 냉동인간으로 보존키로 결심한 데는 위독해진 어머니가 앰뷸런스로 실려 가던 그날의 기억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머니가 거의 몸부림을 치셨다. 앰뷸런스가 들썩거릴 정도로. ‘나는 아직 가기 싫다’고. 제가 어머니랑 오랫동안 살면서 그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는 정길씨는 ”어머니가 살고 싶은 의지가 이 정도이구나 느껴져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정길씨 
김정길씨  ⓒSBS
22일 SBS스페셜 ‘불멸의 시대 2부: 냉동인간’
22일 SBS스페셜 ‘불멸의 시대 2부: 냉동인간’ ⓒSBS
22일 SBS스페셜 ‘불멸의 시대 2부: 냉동인간’
22일 SBS스페셜 ‘불멸의 시대 2부: 냉동인간’ ⓒSBS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반년만에 어머니가 위독해지자 머릿속에서 ‘냉동인간’ 관련 기사가 떠올랐다는 정길씨. 그는 어머니를 한줌의 재로 보내고 싶지 않았고, 결국 냉동인간 서비스를 통해 숨진 후 냉동처리를 해 어머니를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송했다. 국내에서는 냉동인간 보존에 대한 법적, 행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길씨 
김정길씨  ⓒSBS

그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정길씨는 ”그렇게 빨리 가실 줄은 몰랐는데, 마음의 준비가 아예 안 된 상태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라며 ”아직 돌아가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새는 수명도 길어졌고 하니,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정길씨는 ”엄마. 잘 잤냐”고 물어보고 싶다며 애써 웃음을 지으려다 한참을 울었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 그러나

그가 신청한 서비스의 계약 기간은 100년. 그 안에 해동기술은 물론, 어머니의 혈액암 치료법까지 개발되길 정길씨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때문에, 어머니가 떠난 지 곧 1년이 되지만 정길씨는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제사를 지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길씨의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냉동 탱크 
김정길씨의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냉동 탱크  ⓒSBS
김정길씨 
김정길씨  ⓒSBS

정길씨의 어머니는 정말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100년 전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듯, 냉동인간으로 보존되어 있는 동안 기적과도 같은 과학기술 발전이 이뤄지길 바라는 게 냉동인간 보존 서비스 신청자와 가족들의 소망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냉동인간이 600여명이다. 1967년 세계 최초의 냉동인간이 탄생했으나, 지금까지도 깨어난 이는 아무도 없다. 

냉동인간 보존 계약서 
냉동인간 보존 계약서  ⓒSBS

생명연장재단의 맥스 모어 회장은 언제쯤 부활한 냉동인간을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답은 없다. 얼마나 많이 연구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며 ”인공지능, 초지능 기계가 우릴 위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면 사람들의 추측보다 훨씬 빨리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곽상아 : sanga.kwa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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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아들 #어머니 #냉동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