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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집에서 그들이 보던 포르노를 발견했다. 한두개가 아니라 가게를 차려도 될 만큼 많았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저자 대니 알퍼트
저자 대니 알퍼트 ⓒDani Alpert

부모님 다락방에서 엄마가 그린 아빠의 젊은 시절 누드화를 찾았다

나는 뉴욕에 살다가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마스크를 절대 착용하지 않는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피신하기 위해 잠시 부모님 집에서 지냈다. 마침 부모님은 플로리다주로 골프를 치러 여행 간 중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호기심에 집의 오래된 다락방에서 부모님의 물건을 찾아봤다.

오래된 거미줄 사이로 엄마가 그린 옛날 그림을 발견했다. 숯으로 그린 한 그림에는 카우보이 부츠만 신고 콧수염을 기르고 옷을 다 벗고 있는 남성이 그려져 있었다. ”아.... 아빠?” 난 오래된 유물을 찾을 줄 알았지만 젊은 아빠의 누드화만 찾았다. 이쯤에서 난 물건을 뒤지는 걸 그만둬야 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Tim Platt via Getty

 

현재 부모님은 70대로 점점 그들이 나이 들어가는 걸 보는 건 자식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 다행히도 우리 가족은 사이가 좋았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소통을 하는 편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그들의 물건을 정리하는 걸 상상해 봤는데 벌써 슬픔이 몰려왔다. 차라리 지금 미리 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부모님께 먼저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거절당할까 봐 두려웠기에 마음대로 했다. 또 부모님이 떠날 때를 대비하는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다락방에는 마치 탑 쌓기를 하듯 오래된 필름이 쌓여 있었다. 어렸을 때 이런 필름으로 가족의 모습을 촬영하는 게 유행이었다. 몇 개를 집어 빛에 비추어 보았다. 나와 형제가 디즈니랜드에서 노는 모습도 있었고, 아빠와 공놀이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중에 디지털로 전환하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그 필름들 옆에 있던 엄마가 그린 그림들 중 아빠의 벗은 그림을 발견하게 됐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냥 그림일 뿐이야’라고 계속 다른 물건들을 보기 시작했다.

 

전문 가게를 차려도 될 만큼 많은 부모님 소유 포르노를 찾았다. 기분이 더러웠다

오래된 필름 영화 상영 기계를 찾았다. 옆에 찌그러진 박스에는 수십 개의 8mm 필름이 쏟아졌다. 그러다 몇 개의 필름에 ‘두 레즈비언 목욕‘, ‘두 남자의 키스’ 등 야릇한 말이 쓰인 걸 발견했다. 대체 부모님은 이걸 언제 본거지? 의문이 들었다. 어릴 때 내가 공부하는 중 본 건 아닐까? 솔직히 부모님이 이런 걸 몇 개만 갖고 있었다면 성인으로서 이해가 간다. 하지만 부모님이 소유한 필름 양은 거의 전문 가게 수준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8mm 필름
8mm 필름 ⓒroripond via Getty Images

 

부모님이 보던 포르노 영상의 필름들을 보며 갑자기 본능적인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아마 부모님은 지금 플로리다에서 한가롭게 마스크를 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였다. 어지러움을 느끼며 더 이상 그 방에 있을 수가 없어서 비틀비틀하며 뛰어나왔다. 

이성적으로 부모님도 욕구를 가진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녀로서 그런 사실을 깨닫는 건 좀 힘들었다. ‘대체 왜 이런 걸 아직 보관하는 거지? 차라리 금고에 비밀번호를 걸고 넣어 놓지’라는 원망도 들었다. 친구가 포르노를 보는 걸 발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부모님의 과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보지 말아야 할 걸 본 기분이었다. 

 

엄마에게 내가 발견할 걸 이야기했다. 엄마의 반응은 생각과 달리 유쾌했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을 안고 있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였다. 그 순간 내가 찾은 걸 말해야 할지 말지 엄청 망설였다. 오히려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관계에 도움이 될까? 그리고 결국 나는 엄마한테 내가 그들이 보던 포르노를 찾았다고 고백했다.

엄마는 내 말을 듣더니 직설적으로 말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 때는 조심했어야지. 근데 넌 좀 늦게 알았네. 네 형제는 이미 몇 년 전에 알고 있던 사실이야. 아 그리고 아빠가 더 이상 물건 만지지 말라고 전해달란다. 집에 가면 다시 확인해보겠대.” 

ⓒstone18 via Getty Images

 

통화를 끊자마자 웃음이 끊임없이 나왔다. 엄마의 유쾌한 말투로 정신이 들었다. 내가 부모님의 포르노를 발견하고 불편한 건 괜한 기우였다. 처음에 징그럽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또한 편견이고 오버액션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부모님과 성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서로 불편한 상황을 피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성인이 된지 한참 후인 지금까지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계기로 불편한 마음이 사라졌다. 그들이 포르노를 좀 보면 어떤가. 지금 그들이 내 곁에 있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멋대로 부모님의 물건을 만진 건 이기적이었다. 그들의 젊은 시절을 엿보며 그들도 한때 호기심 많은 청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좀 더 부모님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부모님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이제 편견을 버릴 때다.  

 

 

 

*저자 대니 알퍼트는 프리랜서 작가로 ‘필라테스 스타일 매거진‘, ‘더 할리우드 저널’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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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