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25년의 시차를 넘는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다. 네이버, 씨지브이(CGV) 등 관람객 평에는 “95년도면 내가 초딩 땐데 지금이나 그때나 직장 생활은 다 똑같구나” “요즘 제 회사 생활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인턴 하는 제 모습도 살짝 보였네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영화의 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졸 사원 삼총사는 회사 공장에서 유해물질 페놀을 하천에 무단 방류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고발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회사를 삼키려는 검은 세력의 음모를 알아채고 이에 맞선다. 약자들의 무기는 연대다. 이들은 사내 고졸 사원들과 힘을 합쳐 회사를 위기로부터 지켜낸다. 현실에선 보기 힘든 판타지스러운 결말에, 답답한 세상에 짓눌려 있던 관객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며 환호한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젊은이의 양지>도 ‘을 중의 을’의 서사를 다룬 영화다. 다만 유쾌하고 판타지스러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과 달리 암울하고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점이 다르다. 비정규직 문제, 청년 취업난, 유리천장으로 상징되는 직장 성차별 등이 스릴러 장르의 외피 안에 녹아들어 있다.
콜센터에서 카드빚 독촉 전화를 하는 19살 현장실습생 준(윤찬영)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기저귀를 차고 일한다. 실적을 채우기 전에는 제때 퇴근도 못 한다. 어느 저녁 준은 연체자 집에 직접 돈을 받으러 갔다가 실종되고, 며칠 뒤 변사체로 발견된다. 이후 콜센터장 세연(김호정)에게 준과 관련된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세연이 불안에 떠는 동안, 그의 딸 미래(정하담)는 취업난에 몸부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