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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낳은 직후부터...."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로 숨진 25세 윤지은씨의 부친이 25년간 준비했던 선물은 듣자마자 눈물 줄줄+오열하게 된다(꼬꼬무)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지하철 안전은 사실 당연한 게 아니었다.

윤지은씨의 부친 윤근씨 / 강승윤 
윤지은씨의 부친 윤근씨 / 강승윤  ⓒSBS

25년간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건넬 대상이 이제는 없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로 숨진 25세 윤지은씨의 부친인 윤근씨의 이야기다.

5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다뤄졌고, 우리 사회가 이 사건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이야기하는 메시지가 전파를 탔다.

윤근씨의 컴퓨터 바탕화면은 여전히 사랑하는 딸 지은씨의 사진이다. 
윤근씨의 컴퓨터 바탕화면은 여전히 사랑하는 딸 지은씨의 사진이다.  ⓒSBS

2003년의 그날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었던 50대 중반의 남성은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53분, 자신의 신변을 비관해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로역 내부에서 방화를 저질렀다. 한 개인이 저지른 범죄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이 남성이 저지른 불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무려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치는 등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화재감지기가 작동했으나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던 종합사령실 직원들. 지하철 내부는 불에 타기 쉬운 재료가 가득해 맹렬하게 불길이 번져갔으나 기관사는 대피방송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탈출해 버렸고,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화재 다음날에는 200명의 군인이 ‘지하철역 정상화’를 위해 잔해들을 쓸어 담고 물청소까지 해버렸다.

딸의 목소리를 혼자 듣는 아버지 윤근씨 
딸의 목소리를 혼자 듣는 아버지 윤근씨  ⓒSBS

지하철 내 화재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깨닫게 만든 이 참사 이후 국내의 모든 전동차는 불연재, 극난연재로 교체되고 화재대비 매뉴얼이 마련되고, 승강장 문제 발생시 작동할 수 있는 비상정지 버튼도 만들어졌다. 현재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지하철 안전은 2003년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이 남겨준 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 아버지 윤근씨가 적었던 메시지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 아버지 윤근씨가 적었던 메시지  ⓒSBS

세상에서 제일 소중했던 딸 

그리고 꼬꼬무 방송에서는 참사 당시 세상을 떠난 25세 윤지은씨의 아버지 윤근씨의 사연이 소개돼 보는 이들을 오열케 했다.

1979년 8월 6일 낳은 딸 지은씨를 끔찍히도 아꼈던 윤근씨는 딸이 태어난 직후부터 딸의 목소리를 녹음해 왔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급된 시대도 아니라 딸의 목소리를 녹음하기 그렇게 편하지 않을 환경이었음에도, 윤근씨는 카세트테이프 하나하나에 소중한 딸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이제 막 말을 배워 세상을 알아가던 무렵 ”아빠야~아빠야~까꿍”이라고 말하던 딸의 목소리부터 태어난 직후의 옹알거리는 목소리까지. 딸의 존재 자체를 깊이 사랑했던 윤근씨는 태어난 직후부터 딸의 성장 과정을 기록해 딸에게 결혼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현장 사진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현장 사진  ⓒSBS

2003년 2월 2일, 그러니까 사고가 발생한 2월 18일이 되기 직전에도 딸의 목소리를 녹음했던 윤근씨이지만 딸 지은씨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토록 소중했던 딸이 떠나고 혼자 남은 윤근씨는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받지 못할 값진 선물을 받았다고 지은이가 생각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녹음을 했다”라며 ”그런데 막상 사고로 가버리고 나니까.. 딸의 목소리를 이제 나 혼자 듣는다”라고 담담하게 말해 듣는 이들을 오열케 했다.

우리가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SBS

윤근씨의 사연에 위너 강승윤은 ”아버지는 이거 녹음하면서 얼마나 행복한 상상을 하셨을까요..”라며 오열했고, MC 장성규는 ”정말 세월이 지나고 지나서,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유족들이 (사건을) 잊게 되는 날이 만약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이 사건을 꼭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닐까”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곽상아 : sanga.kwa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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