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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19 때문에 크루즈에서 4달 동안 갇혀 지내다가 겨우 탈출했다. 내가 느낀 점은 이렇다 (경험담)

크루즈 내 재단사들이 베개 커버로 만든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저자 마리아 J. 아라비아
저자 마리아 J. 아라비아 ⓒMariaJArabia/ Twitter

크루즈 승무원인 파트너 때문에 크루즈에 올랐다. 코로나19 때문에 4개월이나 바다에서 좌초당할지 상상도 못했다

2020년 3월 15일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첫 번째 봉쇄조치가 발표 나던 날, 나와 다른 세 명의 여성들은 크루즈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달려갔다. 나와 다른 여성의 배우자들은 모두 그 크루즈의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하루에 최대 12만 명의 승객들이 승하차하는 크루즈 터미널은 혼돈이었다.

코로나19 우려가 높아지며 수천 명의 승객들이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계약상, 내 파트너는 계속 배에 남아 일을 해야 했고, 나는 선택해야 했다. 지금 이 배에 타서 파트너와 함께 하거나, 배에 타는 걸 포기하고 오랫동안 그를 못 보거나. 나는 미래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당장 파트너와 함께 있길 원했다. 

선내 경영진과 선장, 항만당국 간의 많은 논의 끝에 나와 다른 여성들은 승선을 허락받았다. 배에서 파트너와 다시 만나 좀 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하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후 몇 달 동안 코로나19로 우리는 곧 바다에 좌초될 운명이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COURTESY OF THE AUTHOR

 

처음 크루즈에서의 생활은 행복했다. 평소 승객들로 북적이는 크루즈와 달리 텅텅 비어 있었다. 우리는 승무원 배우자 자격으로 평소 승객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농구 대회, 보물찾기 대회, 줌바 수업, 헬스장, 수영장, 영화관, 노래방을 돌아다니며 하루를 보냈다. 크루즈의 승무원들도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일주일 내내 주로 10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승무원들도 유니폼을 벗고 좀 더 자유롭게 선내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원래는 고객들로 꽉 찼을 배가 텅텅 빈 느낌이 들어 안타깝기도 했다. 

배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른 크루즈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는 악몽 같은 소식이 들렸다. ‘우리는 아니겠지’라며 이 배에는 확진자가 없는 걸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 대유행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거라고 막연하게 믿었다. 하지만 배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고, 전 세계에서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배는 바다 위를 떠돌기만 하고 그 어느 도시에도 정착할 수 없었다. 갈수록 많은 도시들이 국경선을 폐쇄하고 있었고 크루즈 내 사람들의 하차를 불허하기 시작했다.

 

크루즈에서 작가의 방에서 바라 본 바다
크루즈에서 작가의 방에서 바라 본 바다 ⓒCOURTESY OF THE AUTHOR

50여 개국 다양한 국적을 가진 크루즈 내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꼈다

배에서 필수인력이 아닌 승무원은 집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예상한 것보다 크루즈 운영 중단 기간이 길어졌다. 선내에는 약 900명의 승무원이 있었고 모두 50개가 넘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전 세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나빠지면서, 모두 긴장하고 불안해했다. 

선상 경영진은 그런 승무원들과 그들의 배우자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했다. 모든 승무원들은 원래 승객용 각 방을 배정받았다. 오랜 시간 배에 머물며 지친 승무원들이 방에서 최소한 발코니를 이용하거나 또는 창문으로 밖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선내 주방장들도 최선을 다했다. 테마가 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했고, 기장은 매일 배에 남은 사람들을 격려하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도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러 국가의 정부는 크루즈 내 사람들에게 우리가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 ‘증명’하라고 요구하며 하차를 거부했다. 우리 크루즈는 미국에서 주로 운항했기에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지침에 따라야 했다. 크루즈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하루에 두 번 체온을 재고, 선상의 재단사들이 베개 커버로 만든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어느 순간, 각 방에서 일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나올 수 없었다. 바다 위에서 이런 생활이 몇 주간이 흘렀다. 여전히 이 배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없을 걸로 보였다. 하지만 배는 정처 없이 멕시코로 항해하며 하차를 허락해 줄 항구를 찾아 헤맸다. 바다 위에서 우리는 마치 국가 없는 시민들 같았다. 우리를 구해줄 항공이 제공될 거라는 소식이 들리다가도 이유 없이 취소되곤 했다. 크루즈 내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꼈다. 

 

크루즈 내 작가의 방
크루즈 내 작가의 방 ⓒCOURTESY OF THE AUTHOR

모든 사람들이 크루즈 내 승선한 사람들만 비난했다. 정부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마침내 미국인 탑승자에 한해 크루즈 하차가 결정됐다. 미디어에 각종 지원을 요청한 후 몇 주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렵게 진행됐다. 당시 미국에서는 봉쇄조치가 내려진 바 없었고 마스크도 의무는 아니었다. 미국인 승객들은 민간 전세기들을 타고 집으로 이송됐고, 그 와중에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세상은 희생양이 필요했고, 승무원들이 불공평한 비난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크루즈를 탄 사람들을 비난했다. 많은 정부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도 못 잡고 있었다. 크루즈 내 승무원 송환 절차가 난항을 겪었을 때도 정부보다는 크루즈 탓을 했다. 

우리는 크루즈 내에서 더 열심히 방역 지침을 지켰다.  멀리서 드론이 우리가 탄 크루즈를 촬영하며 지침을 지키는지 확인하곤 했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항상 마스크를 철저하게 썼다. 그저 가능한 한 빨리 배에서 탈출해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벌써 거의 4개월을 이 배에서 지내고 있었다. 창문 밖에는 물뿐이었다. 

가진 걸 최대한 활용해 시간을 보냈지만 선내 인터넷은 불안정하고 매우 느렸다. 당연히 넷플릭스도 나오지 않았다. 집에서 봉쇄조치를 하며 시간을 보낸 사람들보다도 할 수 있는 게 훨씬 한정적이었다. 적어도 난 파트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그건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이 길고 지루한 시간을 버텨야 했다.  

정부의 지원 부족과 각종 제한 등으로 승무원들의 정신건강도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다른 배에서 ‘한 승무원이 세상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등 소문이 들려왔다. 매일 체온을 측정하며 정신건강도 같이 점검했다. 너무 힘들었다. 

작가가 4개월 만에 밟은 땅
작가가 4개월 만에 밟은 땅 ⓒCOURTESY OF THE AUTHOR'S PARTNER

 

수많은 시도 끝에, 마침내 멕시코에 있는 콜롬비아(저자의 고향) 영사관과 연락이 닿았고 간신히 귀국 항공편을 얻을 수 있었다. 드디어 탈출할 수 있었지만 많은 비용을 내야 했다. 그리고 파트너와는 이별하고 나 혼자만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루라도 빨리 파트너와 다시 땅 위에서 만나고 싶었지만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정부와 연락해 봤지만 ‘제한’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만 받았다. 파트너는 필수인력이었기에 쉽게 배를 떠날 수 없었다. 

나는 몇 달만에 밖을 나온 게 반가웠지만 선내보다 더 위험한 환경이었다. 가장 코로나19 발병률이 높은 시기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해야 했다. 그리고 6개 월 후에야 다시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마저도 겨우 그를 대체할 인력을 구했기에 가능했다. 지금도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몇 개월간 배에서 일하는 승무원이 많이 있다. 1년 후인 지금, 그는 다시 혼자 배에 승선해 일하는 중이다. 정말 상황이 변한 게 별로 없다. 

몇 달 동안 바다 위에서 봉쇄 당하며 그곳이 내 집처럼 느껴졌다. 여러 국가의 사람이 한마음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느낀 건 출신과 상관없이 이런 대위기 속에서 서로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는 거다. 

 

 

 

 

*저자 마리아 J. 아라비아는 프리랜서 기자다. 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트위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프포스트 영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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