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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결정할 4가지

지금 잡지 못하면 미국·유럽처럼 대유행 접어들 수 있다.

이번 주말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말까지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미국·유럽 같은 대유행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탓이다.

18일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유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18일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유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20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주말까지 환자 추적이 부진하면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이 경험한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언제든지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288명(국내 발생 276명)이 나왔다. 일주일째 세자릿수 증가가 이어진데다, 최근 사흘 연속 200명이 훌쩍 넘는 등 무서운 확산세는 전혀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지금의 고빗길을 좌우할 변수는 크게 4가지다. 주말까지 이 4가지 변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본격적인 대유행이 시작될지 아니면 유행을 초기 단계에 진압할지가 결정된다.

 

1. 광화문 집회가 기폭제?

19일 사랑제일교회 대변인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9일 사랑제일교회 대변인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이달 15일 광화문에서 있었던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감염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광화문 집회를 기폭제 삼아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방대본은 광화문 집회 참가자 가운데 확진자 60명이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 가운데 33명은 사랑제일교회 교인이고, 18명은 사랑제일교회와는 무관하게 광화문 집회만 참가한 사람들이다. 이 밖에 9명은 당시 기지국 통신 정보 등을 통해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2만여명이 참가했다. 야외에서 진행된 집회였지만, 침방울을 튀기며 구호를 외치는 등의 집회 특성상 감염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회 참가자 가운데 20일 아침까지 약 8500명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집회 참가자들에 이어 광화문 집회에 투입됐던 경찰관 가운데 4명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광화문에 배치된 경찰력은 7613명에 이른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이 코로나19에 걸렸다면, 증상은 21~22일께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빠르면 이틀 만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 6~7일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금요일까지는 확진자 또는 증상 발현자가 계속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광복절 집회가 전국 확산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기준

1) 2주 평균 일일 확진자(국내발생) 수 100~200명 이상 시

2) 일일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일주일 내 2회 이상 발생 시

3) 의료역량, 사회·경제적 비용, 유행 지역 특성 등 다양한 요소 종합적 참고. 국민·전문가 등 사회적 의견 충분히 수렴.

 

2. 수도권 넘어 전국으로?

19일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경찰들이 단체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19일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경찰들이 단체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광화문 집회에는 전국에서 전세버스를 동원해 많은 인파가 모였다. 이들이 살던 지역으로 돌아가 ‘전파의 연결고리’가 됐다면, 그 여파 역시 이번 주말부터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광화문 관련 확진자가 9개 시·도에 걸쳐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는 경북 5명, 부산 2명, 충북 1명, 충남 1명 등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도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676명인데, 이 가운데 39명은 비수도권에서 나왔다.

최근 확산세의 중심에 있는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가 아니더라도, 지역마다 잇따르는 또 다른 집단감염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광주 유흥시설 관련 확진자는 이날 2명이 늘어 총 21명이 됐고, 부산에서도 사상구 영진볼트 관련(10명), 지인모임 관련(9명), 연제구 일가족 관련(12명) 등의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확진자의 80% 이상이 쏟아져나오는 수도권 지역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유행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이날 “서울·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전국적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16일 관중 없이 치러진 프로야구 두산 대 KT 경기 현장.
16일 관중 없이 치러진 프로야구 두산 대 KT 경기 현장.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3단계 격상 시 집합금지 해당 내용

- 10인 이상 집합금지

- 스포츠 경기, 행사 중단

- 학교, 유치원 등교 및 등원 중지

- 다중이용시설 집합 금지. 고위험시설(클럽, 노래방 등)과 중위험시설(300인 미만 학원, 워터파크, 종교시설, 영화관, 카페 등)이 해당.

- 재택근무 권고. 공공기관 필수 인력 외 전원 재택근무. 민간기업도 유사한 수준의 재택근무 권고.

 

3. ‘깜깜이 환자’ 얼마나 증가?

19일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관련 안내를 하는 직원
19일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관련 안내를 하는 직원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방역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깜깜이 환자’가 늘어 ‘조용한 전파’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20일 0시 기준으로, 최근 2주간(8월7~20일) 신고된 확진자 중에서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깜깜이 환자 비중은 14.7%로 치솟았다. 8월1일에만 해도 6.6%밖에 안 됐던 깜깜이 환자 비중이 갑절 이상 늘어난 것이다.

깜깜이 환자 비중은 10일 10%대(10.4%)로 늘어난 이후로 11~14%대를 유지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숫자다. 지난 2주간 확진자 1847명 가운데 272명이 어디서 감염됐는지를 모르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만 해도 ‘깜깜이 환자’는 53명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환자 수가 늘어나면 역학조사를 통해 전파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추적 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이는 전파 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누가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에 접어든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감염경로를 모르는 환자 1명은 실제로는 1명이 아니다. 누군가를 통해 이미 감염됐고, 자신도 누군가를 감염시킨다는 점에서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것의 몇배, 몇십배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4. ‘거리두기 2단계’ 효과?

19일 소속 기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라디오 정규 방송을 중단한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로비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19일 소속 기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라디오 정규 방송을 중단한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로비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확진자 수가 연일 폭증하고, 방역망의 통제를 점점 벗어나는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지금으로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뿐이다. 19일 0시부터 피시방 등 고위험시설 운영 중단 등 강화된 ‘거리두기 2단계’ 조처가 시행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번 주말에 추적조사와 진단검사, 격리 조처 등 노력한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고 아울러 거리두기 2단계 효과가 더해져서 전체 유행을 관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상의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카페, 음식점이 북적이는 등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방역의 고삐가 느슨해진 상황이어서, 거리두기 2단계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아직 3단계 격상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으면 다음주 3단계 격상도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한국역학회 회장)는 “느슨해진 분위기를 이번주에 얼마나 다잡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유행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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