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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50대 노동자는 영하 10도 날씨를 핫팩 하나로 버티다 끝내 숨졌다

“지난해부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5명이 숨졌다”

  • 이인혜
  • 입력 2021.01.20 11:58
  • 수정 2021.01.20 11:59
쿠팡 물류센터 50대 노동자가 야간 집품 작업을 한 뒤 세상을 떠났다.
쿠팡 물류센터 50대 노동자가 야간 집품 작업을 한 뒤 세상을 떠났다. ⓒKBS

 

지난 11일 새벽 5시께 쿠팡 동탄물류센터 노동자 ㄱ(51)씨는 야간 집품(물건 선별) 작업을 한 뒤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병원 이송 뒤 세상을 떠났다. ㄱ씨와 같은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친언니 ㄴ(56)씨는 19일 동생이 숨진 쿠팡 동탄물류센터 앞에서 계속 울먹였다. “트럭이 드나드는 통로가 뻥 뚫려 추운 곳에서 일하면서도 동생은 자기보다 제가 괜찮은지 늘 걱정했어요.” ㄱ씨는 사회복지사 일을 하다 수입이 예전보다 줄어 직장을 찾는 과정 중에 지난해 12월30일 쿠팡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ㄴ씨는 동생이 “평소 지병이 없었다. 경찰로부터 심장혈관 질환인 것 같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는 ㄴ씨와 함께 경기도 화성 쿠팡 동탄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ㄱ씨의 죽음에 대한 쿠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한겨레

 

이들은 ㄱ씨가 숨진 쿠팡 동탄물류센터 작업환경이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동탄물류센터 노동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센터 작업공간에는 노동자가 사용할 수 있는 난방기구가 없었다고 한다. “핫팩은 규정상 하루 하나만 지급됐고 추위 때문에 포장용 ‘뽁뽁이’로 신발처럼 발을 감싸는 노동자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권영국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 공동대표는 “당시 영하 10도의 강추위 속에서 난방이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보온을 위한 조치 의무를 정하지만 쿠팡은 보온을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5명이 숨졌다”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준형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 본부장은 “정부가 제대로 된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형식적으로 근로감독을 하면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고인은 일용직 근무자로 지난해 12월30일 첫 근무 이후 총 6일 근무했다. 주당 근무시간은 최대 29시간이었다”라며 “(대책위와 노조가)쿠팡의 근로조건이 나쁜 것 같이 주장했으나 사실과 다르다. 쿠팡과 유사한 업무가 이뤄지는 전국의 모든 물류센터(풀필먼트센터)는 화물 차량의 출입과 상품의 입·출고가 개방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냉난방 설비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 작업과 관계없는 공간(식당, 휴게실, 화장실 등)에서는 난방시설을 설치해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동절기 모든 직원에게 핫팩을 제공하고, 외부 연결 공간에 있는 작업자에게는 방한복 등을 추가 지급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직원에게 하루 2개의 핫팩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또 쿠팡은 “고인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족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고인의 죽음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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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쿠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