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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8일 08시 33분 KST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 의료진은 영하의 한파를 이렇게 견디고 있다(사진)

"내복을 3개 입고, 바지를 2개 입고, 롱패딩을 입었지만…" - 60대 퇴직 간호사

한겨레
지난 15일 오전 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의 안면보호대에 성에가 끼어 있다. 

한낮의 햇빛도 시린 손끝을 녹이진 못했다. 17일 오후 2시께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을 안내하는 공무원들은 틈날 때마다 양손을 마주 잡거나 주먹을 꽉 쥐었다. 이들과 의료진의 안면보호대 안쪽에는 김과 물방울이 서려 있었다.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역에는 지난 13일부터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한파 속 천막 

코로나19 유행이 1년 내내 이어지면서, 2차 유행이 벌어진 한여름에 무더위로 고생했던 의료진이 이번 3차 유행 때는 한파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진단검사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 의료진은 길거리에서 추위에 떠는 경우가 많다. 야외에 임시로 세웠기 때문에 사방이 트인 천막에서 관련 업무를 해 고스란히 칼바람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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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60대 퇴직 간호사 박아무개씨는 지난 15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내복을 세겹으로 껴입고 바지도 두개나 입은 뒤 롱패딩을 입었는데도 춥다”고 말했다. 두께가 얇은 음압텐트가 바람과 추위를 막지 못하는데다, 감염 예방을 위해 수시로 환기하니 아무리 세게 난방을 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어제 오전에는 난방기기 온도를 35도까지 올렸는데도 텐트 안 온도가 영하 5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보건소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로 지원을 나간 ㄱ씨도 “너무 추워서 손가락과 발가락이 끊어질 것 같다. 볼펜도 잉크가 얼어서 핫팩으로 데운다”고 전했다. ㄱ씨는 원래 방사선사로 일해왔는데 코로나19 유행이 커지면서 지원에 나섰다.

추위에 맞서기 위해, 의료진과 검사 지원 인력들은 각양각색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체 채취가 끝난 뒤 검사자들이 앉았던 의자를 소독하는 등 뒷정리를 하는 유아무개(22)씨는 “손이 시릴까 봐 라텍스장갑 아래 목장갑을 껴서 (지금은) 오히려 손에 땀이 찬 상태”라고 말했다. 박씨도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홍삼·배도라지즙, 영양제 등을 먹고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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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선제적 진단검사를 위해 수도권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다음날인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이 난로에 손을 녹이고 있다. 

의료진의 높은 피로도를 고려해 인력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구로구보건소의 박정자 민원서비스팀장은 “임시 선별검사소가 계속 홍보가 돼서 검사하러 오시는 분이 늘어나고 있어서 주말에는 더 많아질 것 같다. 운영 기간이 3주이기 때문에 이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인력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도림역 선별검사소의 경우, 15~16일에 각각 439건과 456건의 검사를 했는데 17일에는 더 많은 인원이 찾아와 긴 줄을 섰다는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의료인력 지원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가 애초 550여명의 개원의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모집한다고 했는데 1천명 정도가 모였고, 대한간호사협회도 17일 오전 9시까지 2214명이 모집에 응했다”고 이날 밝혔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1차 유행 때 대구·경북 지역으로 의료진이 자원봉사를 갔던 때와 지금은 대응이 달라야 한다”며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유휴 간호인력이 나올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갖추고 교육해 ‘상비군’을 만드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