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뗀석기, 남북기본합의서 모르고도 맞추는 수능 한국사 문제가 과연 변별력이 있을까?

쉬워도 너무 쉬운 이 두 문제는 모두 3점이었다.

철저한 방역 속에서 ‘펜데믹 수능’이 무사히 끝났다. 마음 고생, 몸 고생한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런데 수능이 끝난 뒤 시험 문제 중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논란의 핵심은 기존처럼 ‘오답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수능이 장난이냐’였다. 문제가 쉬워도 너무 쉬웠다는 것.

논란을 부른 문제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4교시 한국사 영역(홀수형) 1번과 20번이다.

도대체 얼마나 쉬워서 논란까지 나온 것인지 수능친 지 10년도 넘은 에디터가 문제를 직접 풀어봤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4교시 한국사 영역(홀수형)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4교시 한국사 영역(홀수형) ⓒ한국교육과정평가원

○○○ 시대에 사냥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뗀석기’가 무엇인지 그림을 보고 고르는 문제다. 보

기를 보자. 1번 돌로 만든 무기인 주먹도끼가 당연히 정답이다. 뗀석기를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석기만으로도 주먹도끼가 답임을 추론할 수 있다. 문제 속 ○○○ 시대는 구석기다.

참고로 비파형 동검은 청동기시대 대표적인 무기, 덩이쇠는 삼국시대 화폐, 앙부일구는 조선시대 해시계, 상평통보는 조선시대 화폐다.

1번의 경우, 체감 난이도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다음 문제로 넘어가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4교시 한국사 영역(홀수형)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4교시 한국사 영역(홀수형)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사실 이 문제가 가장 크게 논란이 됐다.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을 묻고 있다. 다음 연설을 찬찬히 들여다 보자. 남과 북, 유엔, 한반도 비핵화, 통일 등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정확히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연설인 것 같다.

보기를 보자. 당백전? 도병마사? 노비안검법? 대마도 정벌? 21세기를 사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5번은 왠지 익숙하다.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하였다’는 보기의 연설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 맞다. 5번이 정답이다.

문제의 연설은 1991년 1월 노태우 대통령이 했다. 노태우 정부는 그해 12월13일 서울에서 열린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한편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에서는 보기의 연설이 문재인 대통령 연설이었고, 수능이 정책 홍보용으로 전락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기도 했다. 완벽한 오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문제가 되자 조선일보는 기사 제목을 슬쩍 고쳤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수능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에디터가 큰 고민 없이 정답을 맞춘 것으로 보아, ‘수능이 장난이냐?’는 논란은 충분히 나올 만 했다고 보여진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불쾌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사에서 ‘거저주기식 보너스’ 문제가 나온 게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사는 2017년부터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됐지만,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터무니 없이 쉬운 문제가 나오곤 했다는 것.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역사 자체를 조롱하는 느낌이 강하다”라고 뉴스1에 말했다.

한편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올해 수능은 ‘불수능‘도, ‘물수능’도 아니었다. 국어와 수학, 영어 모두 작년보다 비슷하거나 쉬운 수준이었다. 논란의 한국사는 절대평가 과목으로, 50점 만점에서 4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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