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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08일 14시 40분 KST

선감학원 사건은 국가폭력 : 아동 열에 아홉은 구타당했고, 절반은 주검 치웠다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첫 실태조사다.

한겨레
경기도 고위 공무원 시찰단이 선감학원을 방문한 모습으로 시기는 1960년대로 추정된다. 선감학원에 수용 중이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머리를 빡빡 깎은 채 교복을 입고 도열해 이들을 맞고 있다. 

 

‘부랑아 수용시설’이란 명분으로 일제강점기부터 1982년까지 운영된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10명 가운데 9명꼴로 구타와 가혹행위를 경험했고, 절반가량은 성추행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부분이 수용생활 중 숨진 동료를 목격했고, 절반가량은 주검을 처리하는 일에 동원됐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7일 “지난 4월 선감학원사건 피해자신고센터 개소 뒤 신고한 140명 가운데 사망자나 주소불명자를 뺀 93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피해자 대부분이 입소 생활 중 기합(93.3%), 구타(93.3%), 언어폭력(73.9%)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수용 중 성추행과 성폭행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도 각각 48.9%와 33.3%를 차지했다.

경기도가 선감학원 수용자에 관한 포괄적인 피해조사에 나선 것은 2015년 <한겨레>가 ‘경찰들이 어린이 강제납치…40년간 그 섬엔 무슨 일이’(10월4일치 19면)라는 제목으로 선감학원 생존자들의 증언을 보도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선감학원은 일제가 1942년 부랑아 감화를 내세워 안산시 선감도에 만든 수용시설이다. 해방 뒤에도 경기도가 이를 인수해 1982년까지 부랑아 수용시설로 운영하며 강제노역과 구타 등 인권유린이 자행됐고,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곳에는 4691명에서 최대 5759명의 10대 아동이 수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국회에서 과거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경기도는 “선감학원 사건 진상규명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응답자 98%가 양잠, 축사 관리, 염전노동, 농사 등 강제노역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한주 평균 6일, 하루 평균 9시간 일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대부분인 96.7%가 사망자를 봤고, 48.4%는 동료 원생의 주검 처리에 동원됐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 선감학원 수용자 가운데 40%는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하는 연령대 어린이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입소 당시 나이는 11∼13살이 40.4%로 가장 많았다. 입소 전 동거인은 형제자매(56%), 부모(42%), 조부모(16%) 순으로 가족과 같이 생활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본인이나 가족 동의 없이 길거리(29%)나 고아원 등 시설(28%)에서, 경찰(39%)이나 단속 공무원(22%)에게 이끌려 선감학원에 강제 입소 당했다고 답했다. 사실상 마구잡이 수용이 이뤄진 셈이다. 수용 기간은 1~11년으로 평균 4.1년이었다.

성장기에 겪은 인권유린은 이후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퇴소자 76.1%가 학교에 가지 못한 채 구두닦이, 머슴, 넝마주이 등 일을 했고, 현재 37.6%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지사는 “이번 조사는 국가폭력에 의한 아동인권유린 사건인 선감학원의 진실규명의 시작”이라며 “10일 활동을 재개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피해 신청을 받아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과 피해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