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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23일 11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9월 23일 11시 58분 KST

"건강한 성 문화 정착했으면 하는 마음" : 모두를 놀라게 한, '청춘기록' 박보검이 맞은 주사의 정체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를 맞았다!

tvN
드라마 <청춘기록>의 한 장면. 프로그램 갈무리

 

“우리 19금으로 등급 상향하면 안 돼?” 밤. 한강. 데이트. 차 안. 남자친구 진우(권수현)의 제안에 해나(조유정)는 뭐라고 답할까? “나도 그 생각 해봤는데…”라는 답으로 미뤄 해나도 긍정적이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이후 ‘19금 모드’로 전환하거나 “그래도 안 돼”라는 여주인공의 대답으로 마무리했겠지만, <티브이엔>(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은 다른 선택을 했다.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맞아!” 지난 15일 방영한 4회의 이 대목은 한국 청춘 드라마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결정적 장면이다. 20대가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성과 관련한 장면은 점차 개방적으로 변해왔지만, 이토록 ‘건강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드라마는 처음이다.

tvN
드라마 <청춘기록>의 한 장면. 프로그램 갈무리

 

“남자가 어떻게 주사를 맞아. 나는 자궁이 없어.” 이어지는 진우의 대사를 통해 현실 속 시청자가 가질 법한 의문에 대한 답도 풀어놓는다.

“맞으면 나한테 효과 있어. 오빠가 빨리 스탬프 세개 찍어왔으면 좋겠다.”(해나) “세번?”(진우) “응, 세번 맞아야 해. 나 자궁경부암에 걸리고 싶지 않아.”

 

자궁경부암에 관한 정보를 착실히 제공한 드라마는 이후 친구인 진우와 산부인과를 방문한 박보검(사혜준 역)까지 함께 주사를 맞는 장면을 보여줬다. 방영 직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박보검이 맞은 자궁경부암 주사가 뭐냐’는 문의 글도 인터넷에 쏟아졌다.

tvN
드라마 <청춘기록>의 한 장면. 프로그램 갈무리

 

<청춘기록> 쪽은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궁경부암은 예방 백신은 남자도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며 “20대 청춘에게 성이 중요한 화두인 만큼, 건강한 성 문화가 정착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다룬 에피소드”라고 전했다.

간접광고(PPL)가 아닌데도 제작진은 이 장면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단발성이 아니라 세번을 다 맞고 난 뒤의 진우와 해나 이야기도 전개될 예정이다. <청춘기록> 쪽은 “남녀 성인의 경우, 자궁경부암 주사를 3개월에 한번씩 맞아야 해 세번 맞으려면 총 6개월이 소요된다.

이 흐름에 맞춰 다른 에피소드의 진행 시차도 조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의지가 없었다면 다루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과정을 거친 셈이다. 가르치듯 설교하지 않고 대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녹여냈으며, 관계에 앞서 남자가 여자의 동의를 구하는 부분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로 불리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자궁경부암 외에도 생식기 사마귀, 구강암, 항문암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자궁경부암 주사는 남녀 모두에게 필요하다. 최근 한 제약회사의 자궁경부암 백신 광고에 남성인 조세호와 유병재가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인식 개선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미국은 11~12살 남녀 어린이 모두에게 백신 무료 접종을 하고, 영국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여자 어린이뿐 아니라 12~13살 남자 어린이에게로 접종을 확대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NIP)에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포함했지만, 만 12살 여자 어린이에게만 제공하고 있다.

충남 아산 청아미즈산부인과 이충일 원장은 “자궁경부암 주사를 남자도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비싸서 선뜻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인기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나오면 공익광고 이상으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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