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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받기도 힘들다'는 미국에서 정부의 신종 코로나 뒷북 대응에 비판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코로나19 검사 자격을 엄격하게 유지했다. 환자를 일찍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허완
  • 입력 2020.03.03 16:00
  • 수정 2020.03.03 16: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알렉스 에이자르 보건복지부 장관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야당(민주당)이 '코로나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2020년 3월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알렉스 에이자르 보건복지부 장관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야당(민주당)이 '코로나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2020년 3월2일.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한국은 하루에 1만건씩 검사를 하는데 어떻게 우리는 못할 수가 있는 겁니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랄프 바릭 교수(전염병학)가 말했다. 미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초기대응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중국에서 무증상 감염과 지역사회 감염이 벌어지고 있는 걸 알고 있었는데 왜 미국은 다량의 진단검사(키트)를 만들어놓지 않은 겁니까?”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태세가 미흡해 환자들이 제 때에 검사를 받지 못하는 사이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상당히 진행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 보도했다. 이날 미국 내 누적 확진자수는 98명으로 껑충 뛰었고, 사망자는 6명으로 늘어났다.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방역·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3월2일.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방역·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년 3월2일.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너무 엄격한 코로나 진단검사 기준

이 기사에는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있음에도 곧바로 진단검사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로드아일랜드주에 거주하는 브라운대 교수 오니시모 알메이다는 최근 포루투갈에서 귀국한 후 일주일 가까이 기침과 콧물,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지역 보건당국으로부터 ‘진단검사 자격이 안 된다‘는 대답을 받았다. 2일에서야 뒤늦게 검사를 진행하겠다며 ‘병원 주차장’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의료진이 차에 탑승해 검사를 진행하겠다는 것.

최근 파트너, 친구들과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를 다녀왔다는 뉴욕 주민 제니퍼 나이트는 자신을 비롯해 일행 중 몇 명이 여행 도중과 여행 이후에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 병원들을 찾아다녔지만 ‘여기서는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그와 파트너는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존스홉킨스대 의대 응급의학과 로렌 사우어 교수는 이같은 검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사람들이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를 거부당했다는 얘기를 동료들로부터 정말 많이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석한 제약회사 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을 서둘러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 3월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석한 제약회사 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을 서둘러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 3월2일. ⓒASSOCIATED PRESS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 목요일(27일) 코로나19 진단검사 기준을 완화해 최근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더라도 관련 증상이 있는 경우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날(26일) 캘리포니아주에서 나온 확진자는 ‘해외 여행력이나 확진자 접촉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며칠 동안이나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환자는 미국 내 최초로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추정되고 있다.   

2월19일에 이 환자를 이송 받은 UC데이비스 의대는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한 의사 소견으로 CDC에 진단검사를 실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로서는 (관할 당국인) 새크라멘토 카운티나 캘리포니아 주정부 보건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연방정부기관에 직접 검사를 의뢰한 것.

그러나 ”환자가 코로나19 검사에 관한 CDC의 기존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탓에 검사 승인이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이 환자는 4일 뒤인 2월23일에야 CDC의 승인으로 검사를 받은 끝에 26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밖에도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 나온 확진자들도 당국의 엄격한 기준 때문에 검사가 늦어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역 보건당국에 보급한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 2월부터 보급이 시작됐지만 부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오는 등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역 보건당국에 보급한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 2월부터 보급이 시작됐지만 부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오는 등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SSOCIATED PRESS

 

진단검사키트의 오류

NYT는 미국 정부가 2월 초 각 지역 보건당국에 보급했던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에 오류가 있었던 사실도 재차 언급했다. 검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검사키트의 정확성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애초 CDC는 지역 보건당국이 자체적으로 환자의 양성 여부를 판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검사키트를 보급할 계획이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각 지역 보건당국이 검사 결과를 CDC로 보내면 CDC가 최종 확진 판정을 하는 체계여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며칠이나 걸린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CDC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CDC는 오류를 해결한 새로운 검사키트를 보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이 때문에 각 지역 보건당국은 당국의 새로운 지침이 나올 때까지 한동안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버드대 전염병학 교수 마이클 미나는 ”이러한 무능은 사람들이 CDC에 기대할 만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세계에서 이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뉴욕장로교병원의 맷 매카시 박사는 CNBC 인터뷰에서뉴욕주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뉴욕주 전체에서 고작 32번째로 검사를 실시한 사람이었다”며 ”이건 국가적인 스캔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저지주의 한 연구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2020년 2월28일.
미국 뉴저지주의 한 연구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2020년 2월28일. ⓒKena Betancur via Getty Images

 

NYT는 또 독일 연구진이 만든 검사키트를 미국 정부가 빠르게 도입해 사용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그밖의 많은 국가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만큼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대신, 그냥 가져다가 보급만 할 수도 있었고, 지금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

미나 교수는 이런 촌평을 내놨다. ”이건 매우 미국적인 태도다. ‘우리 미국이야. 우리는 미국 메이저 공중보건 연구소이고, 우리는 리더를 따라가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거다.”

앞서 CDC의 한 고위 당국자도 ”돌아보면 안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고 이 매체에 털어놓은 바 있다. 

식품의약국(FDA)는 2월29일에야 각 지역 보건당국과 일반 연구소들이 FDA 의 최종 승인이 나오기 전이라도 ‘긴급사용승인’ 요청에 따라 검사키트 개발 및 사용을 시작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CDC는 총 7만5000명 분량의 검사키트를 확보하고 있으며, 하루에 약 350건의 샘플을 검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알렉스 에이자르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총 360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며 1~2주 내로 검사 역량을 ”현재 수준보다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분간 미국 내 확진 건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내 감염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공중보건 체계가 있다. 우리가 전문가다. 얼마나 많은 확진 사례가 나올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더 늘어날 것이고, 지역감염 사례도 더 나올 거다. 산수의 문제다.” 

미국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Yuji Sakai via Getty Images

 

‘진료비 390만원’

트럼프 정부의 미흡한 대응과는 별개로, 미국의 취약한 공적 건강보험 체계가 코로나19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적 건강보험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대다수의 시민들이 값비싼 민간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그마저도 없는 사람이 많아 비용 부담 때문에 병원에 가는 걸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후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한 남성의 사연은 이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지역신문 마이애미헤럴드가 지난주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오스멜 마르티네스 아즈큐라는 이름의 남성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귀국한 이후 독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매체는 ”평소대로라면 아즈큐는 (드러그스토어) CVS에 가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을 구입해 자가치료를 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전했다. 코로나19의 증세가 독감과 비슷하다고 들었으므로, 그는 자신과 가족, 마을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잭슨메모리얼병원으로 향했고, 의료진은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CT 촬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가입된 민간 건강보험으로는 보장되지 않는 진료 항목이었다. 그는 ”이건 (보험이 안 돼서)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할 것 같다”며 ”피검사부터 해보자”고 답했다고 말했다.

미국 시애틀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직원이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주에서는 이날까지 6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0년 3월2일.
미국 시애틀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직원이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주에서는 이날까지 6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0년 3월2일. ⓒJASON REDMOND / Reuters

 

의료기기 회사에서 일한다는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월 278달러의 보험료를 내고 ‘오바마케어’에 따라 보장 수준이 괜찮은 건강보험 상품에 가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임금 인상으로 보험료가 월 400달러로 인상되자 그는 이를 해지하고 보다 저렴한(월 180달러) 상품으로 갈아탔다.

다행히 그는 코로나19가 아니라 단순 독감인 것으로 판명났지만 2주 뒤 보험회사로부터 진료비 3270달러(약 390만원)을 청구받았다. 병원 측은 1400달러만 환자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고 했지만, 보험회사 측은 3년 간의 진료기록을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중대 질환도 아니고 고작 ‘독감’일 뿐인데도 보험 가입 전의 기저 질환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

″간단한 혈액검사와 코 검사용 면봉에도 병원이 3270달러를 청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평범한 시민들이 (바이러스의) 대인 전파 위험을 없애는 데 동참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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