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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당 7000만원 돌파'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는 칠레 전체 전력소비량과 맞먹는다

채굴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미지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미지 ⓒChesnot via Getty Images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지난 14일 국내 거래소에서 처음으로 개당 7000만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열풍이 불 때마다 기후위기를 촉진한다는 경고음도 함께 커지고 있다.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경고 버튼을 눌렀다. 지난 9일(현지시각) 빌 게이츠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인류에게 알려진 다른 어떤 방법보다 거래 당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 기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앞서 2018년에도 “비트코인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 수십년 내에 지구 온도가 2도 오를 수 있다”는 미국 하와이대 연구팀 분석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리는 등 비트코인이 기후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인터넷 공간에서 화폐를 캐내고 거래하는 데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비해야 하는 비트코인의 특징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복잡한 암호코드를 풀어 ‘채굴’하고,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개인 간 네트워크에 기초해 거래하며, 모든 거래를 ‘공공’ 장부에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컴퓨터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크다.

게다가 비트코인 가치가 높아지면 채굴을 위해 풀어야 하는 컴퓨터 암호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고성능 컴퓨터 수요도 증가한다. 성능 좋은 채굴 장비를 더 많이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 더 많은 양의 전기가 비트코인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

한 노동자가 비트코인 채굴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한 노동자가 비트코인 채굴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OLGA MALTSEVA via AFP via Getty Images

 

가상화폐 사이트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의 에너지 소비 지수 추정치를 보면, 이달 기준 비트코인이 소비하는 전기 에너지는 연간 81.41TWh(시간당 테라와트)로 칠레 전역에서 사용하는 전력소비량과 맞먹는다. 탄소발자국 역시 연간 38.67Mt(메가톤)으로 아일랜드 전체 인구가 만들어내는 탄소발자국과 비슷하다고 한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의 ‘질’도 문제다. 채굴이 이뤄지는 장소 대부분이 값싼 석탄 기반 전력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자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국내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7057만7천원 수준으로 처음으로 7000만원대를 돌파했다. 같은 날 오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12조달러(1270조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석탄이 아닌 녹색 에너지를 이용해 채굴하면 비트코인이 기후변화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로 칸나 미국 하원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과 같으며 평가절하할 수 없다. 비트코인을 육성하되 소비자를 보호하고, 남용을 방지하며, 저탄소 채굴이 가능하도록 투자하자. (이런 변화들은) 미국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빌 게이츠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녹색 전기를 사용한다면 괜찮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재생에너지 사용 인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결국 화석 연료 중심이 아닌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생산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박현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은 “재생에너지가 보편화된 상태가 아니라면 결국 석탄발전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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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비트코인 #기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