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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등급제는 왜 도입이 어려울까

상한제 없는 FA 등급제는 없다

ⓒronniechua via Getty Images
ⓒhuffpost

11명.

아직 미계약 FA 선수 숫자다.

FA.

자유계약 선수라고 칭해지지만 ‘자유계약’이라는 의미가 모호하다.

족쇄.

그렇다. ‘자유계약’이라고 하지만 선수들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전년도 연봉 300%, 혹은 전년도 연봉 200%와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이 그들의 팀 이적 조건이다. 흡사 현금 트레이드, 혹은 현금 포함 선수간 트레이드 같다. ‘자유’라는 말이 무색하다.

대어급 선수들은 이미 계약을 끝냈다. 양의지는 125억원(4년)을 받고 두산에서 NC로 이적했으며 최정(4년 106억원), 이재원(4년 69억원)은 원 소속팀인 SK에 남았다. 모창민(NC) 또한 3년 20억원을 받고 팀에 잔류했다.

이제 FA 시장에는 김상수를 비롯해 김민성, 이용규, 노경은, 금민철 등 11명이 남았다. 구단들은 일찌감치 종무식을 가져 12월 말까지는 별다른 협상 진전이 없을 듯하다. 두 자릿수 미계약 FA 선수들이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FA시장에 남은 적이 있던가.

단체훈련 소집일이 늦춰지면서 계약은 더욱 더디게 진행 중이다. 구단들은 2월1일 전후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까지만 계약을 성사시키면 된다. 올해부터 시행된 에이전트 제도도 FA 협상에 있어서는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타 구단의 입질이 없는 한 협상은 일방적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시기상 타구단 이적 운운이나 다른 리그 진출 등의 블러핑도 통하지 않는다. 선수들 기 세우기? 이 또한 옛말이다. 구단들은 강력한 족쇄(보상제도)를 앞세워 선수들을 더욱 옥죈다. 과거 보상 같은 말은 통하지 않는다. 세대교체 흐름과 맞물려 구단의 으름장은 더 세졌다. 시간은 선수 편이 아니다.

베테랑 및 준척급 FA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FA 등급제 얘기가 몇 해 동안 이어지고 있으나 지지부진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간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두 팀 모두 등급제 시행에는 공감한다. 문제는 FA 등급제에 따른 세부적인 의견 조율에서 야구위와 선수협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데 있다. ‘GIVE AND TAKE’(기브 앤 테이크)의 협상 논리가 FA 제도 변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FA 등급제는 선수에게만 득이 되는 제도이다. 구단에 양보해 달라고 무작정 떼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구단, 선수 모두 프로다.

야구위, 즉 구단들은 FA 등급제를 시행함과 동시에 FA 계약 총액을 4년 최대 80억원으로 제한하거나 계약금 비중을 계약 총액 30% 이내로 제한하기를 원한다. 이는 9월 야구위가 선수협에 제안한 FA 제도 개선안 중 일부로 FA 계약금 상한제나 계약금 총액 제한은 철저하게 구단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대한 ‘양보’의 의미로 구단들은 FA 자격 요건을 완화(고졸은 9시즌→8시즌, 대졸은 8시즌→7시즌으로 단축)하고 일본처럼 연봉 기준에 따른 FA 등급제 도입을 제안한다. 일본프로야구는 팀 내 연봉 순위에 따라 보상 등급을 A, B, C등급으로 차별 적용하고 있는데 C등급의 경우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된다. 애초부터 구단들의 대승적 양보없이 FA등급제는 따로 논의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야구위가 제안한 FA 제도 개선안에 선수협회가 반발하면서 FA 등급제는 다시 제자리걸음이 됐다. 그 결과 11명이 여전히 ‘족쇄’에 갇혀 있다. 이들이 팀 단체훈련을 앞두고 눈물을 머금으며 구단 제시액에 도장을 찍을 것이라는 예측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구단 보장액도 줄어둘 것이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이 와중에 FA미아도 발생할 수 있다. 구단은 냉정해졌다.

FA 등급제와 계약 총액 상한제, 그리고 FA 자격 요건 완화와 계약금 제한.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씨줄 날줄처럼 엮여 있다. 협상을 통해 총액 상한을 높이거나 FA 자격 요건을 더 완화할 수는 있겠으나 ‘일괄처리’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별개로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야구위가 처음 개선안을 제시했을 때 선수협회의 대응이 아쉬웠던 이유다.

야구계 안팎 일련의 사건, 사고와 갈수록 저하되는 경기 질과 상관없이 폭등한 일부 선수들의 몸값으로 여론은 더 이상 선수 편이 아니다. 찬바람 쌩쌩 부는 11명의 FA 협상 테이블을 바라보며 그동안 ‘상위 1%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오명을 써온 선수협회는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까. 이젠 에이전트의 입김까지 가세하면서 선수협회는 더욱 입장을 정리하기가 어려워진 듯 보이지만.

*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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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프로야구 #자유계약 #FA등급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