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다른 사람보다는 로봇에게 빼앗기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인간의 심리

테크놀로지 자체가 이슈는 아니었다
Human and Droid Competition at Office. Robotic Character Worker Future Evolution.
Human and Droid Competition at Office. Robotic Character Worker Future Evolution.

일자리를 잃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사기가 꺾인다. 자신이 맡았던 역할이 자동화로 대체되는 것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로봇은 이미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체인 레스토랑에서는 앱이 주문을 받고, 계산대 직원을 쓰지 않고 셀프 체크아웃 기계를 쓰는 슈퍼마켓도 있다. 이것이 새로운 현실이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에서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3600만명이 ‘자동화에 고도로 노출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즉 그들이 맡고 있는 역할의 70% 이상이 AI에 대체될 것이라는 뜻이다.

일자리를 로봇이나 다른 인간에게 빼앗기는 것 중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고르겠는가? 뮌헨공과대학교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대학교의 연구자들이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분석한 결과를 네이처 인간 행동 저널에 발표했다.

우리의 자아 때문에, 로봇이 아닌 다른 인간이 내 일자리를 빼앗을 때 더 힘들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을 강요당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인간이 아닌 로봇에게 일자리를 내주는 쪽을 골랐다.

인간의 자아는 우리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로봇에게 대체되는 쪽을 선호한다.

아르민 그라눌로, 크리스토프 푹스, 스테파노 푼토니는 참여자들에게 자신이 최신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도록 했다.

한 시나리오에서는 대형 제조업체가 조직을 개편하면서 일부 직원들이 해고되는 상황을 제시했다. 이 기업은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기존 직원을 새 직원으로 대체하거나, 자동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의 관찰자인 입장에서는 참여자의 67%가 로봇이 아닌 인간으로 대체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나 자신의 일자리가 위험해지는 상황에서는 개인적 감정이 들어갔다. 다수(60%)가 인간보다는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게 더 낫다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대체 시나리오에서 연구자들이 얼마나 슬픔, 좌절, 분노를 느끼는지를 측정했다. 참여자들은 관찰자 입장에서는 사람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때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자신의 일자리가 빼앗긴다는 입장일 때는 다른 인간에 의해 대체되는 것을 더 싫어했다.

왜 로봇보다 인간에 의해 대체될 때 더 기분이 나쁠까? 연구자들은 인간의 자아를 고려하면 이런 모순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로봇과 비교하기란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논문의 주저자인 그라눌로가 허프포스트에 설명했다. “당신이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된다면 당신의 정체성이 큰 위협을 받는다.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왜 저 사람이 더 낫다는 거야?’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즉 당신과 비슷한 기술을 지닌 인간 동료가 당신의 대체 인력으로 선택된다면 당신은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지만, 소프트웨어에 의해 대체될 때는 그러지 않는다는 의미다.

푹스는 자신의 일자리가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로봇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게 되면 동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안전한 거리가 있는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일자리를 얻는 게 낫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인간 노동 대체는 독특한 심리적 결과를 낳는다. 이것을 고려해야 한다. 사람의 자부심, 자신의 미래와 기술에 대한 생각의 심리적 영향… 일자리를 잃는 이유가 중요하다.” 그라눌로의 말이다.

자동화는 얼굴이 없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으려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상기해야 한다.

일자리를 잃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연구에 의하면 과정이 공정했으며 자신이 과정에 참여하고 사전 공지를 받을 경우 해고 등 힘든 경영상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누군가의 일자리를 자동화로 대체하고 싶을 경우 갑자기 불쑥 해버려서는 안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동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부 노동자들은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씽크 탱크 뉴 아메리카가 자동화의 최전선에 서있는 슈퍼마켓, 식품, 소매점, 관리직 노동자 40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거쳐 11월에 낸 보고서에 의하면 그들에게 있어 자동화는 얼굴이 없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 관리자들이 의식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직원들은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비용 절감 방법을 찾고 있고, 직원들의 안녕보다 주주가치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말을 아주 많이 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M. 루벤스타인 펠로우인 이 연구의 주저자 몰리 킨더의 말이다. “셀프 체크아웃 카운터를 만들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은 이게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용주의 결정이라고 느꼈고,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이윤을 중시해서라고 생각했다.”

즉 우리가 딱히 로봇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우리의 기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관리자들에겐 불만이 있다는 뜻이다. “테크놀로지 자체가 이슈는 아니다. 노동자들이 과정에 얼마나 관여하느냐, 궁극적으로 직업 만족도, 직업의 질, 직업 안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하다.”

뉴 아메리카 보고서에서 인터뷰했던 아파트 단지 부관리자 나오미의 말을 들어보자. 나오미는 일자리에서 소프트웨어가 바뀌는 것에 자신이 관여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신입 직원들이] 내게 복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다. [인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ADP에 다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나를 자르고 내 자리를 없애버릴 수 있다. 내 운명이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는 게 가장 화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