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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열풍’ 속 2030 청년의 자산운용 전략은?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인터뷰

  • 김임수
  • 입력 2021.02.13 16:57
  • 수정 2021.02.13 16:58
ⓒNicoElNino via Getty Images

“개별 종목 위주의 주식 투자는 권하고 싶지 않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김경록(59) 대표는 최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젊은층의 자산운용 원칙·자세에 대한 질문에 “20~30대에겐 재테크 차원에서 보더라도 (본업의) 전문성을 깊게 하고 좋은 친구 관계를 만드는 식의 ‘인적 자본’ 투자가 먼저라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람을 ‘채권’에 비유하며 연령대별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0대 이상은 인적 자본의 가치가 많이 사라진 때다. 자기가 가진 금융 자산을 잘 운용해야 할 때다. 반면, 30살이라면 만기가 많이 남은 채권이다. 채권 이자처럼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온다. 안전한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셈이어서 고위험·고수익 자산을 늘려 균형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직장에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위험 자산을 사더라도 만일의 경우 견딜 수 있다. 60대 이상은 자칫 생존의 문제에 걸릴 수 있다. 연령대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국민은행 경제경영연구원, 한국채권연구원을 거쳐 미래에셋캐피탈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 부문 대표를 지냈으며 2012년부터 투자와연금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센터는 미래에셋그룹 내 투자자 교육 기관이다.

―지난해부터 주식 직접 투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위험 자산에 더 투자할만하다 했는데, 매일 주가 흐름에 심적으로 흔들리게 되지 않겠는가?

“매번 하고 싶은 말이다. 개별 종목에 투자하려면 정말로 좋아하는 주식에 조금만 하라고 권한다. 단기에 돈 벌어보겠다, 이러지 말고 좋아하는 기업, 꿈을 같이 하는 주식을 조금 사놓고, 나머지는 이티에프(ETF·상장지수펀드) 같은 것으로 분산 투자하는 게 낫다고 본다. 예컨대 비비아이지(BBIG) 이티프 하나면 종목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네 가지 분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은 성장 산업의 대표 격으로 떠올라 있다.

“주식 종목을 고르는 데 시간을 뺏기지 말고 자신의 인적 자본 가치를 높이는데 투자해야 한다. 전문성을 깊게 하고 좋은 친구 관계를 만들고 건강을 챙기는 것, 이게 첫 번째로 중요하다고 본다. 40대 중반이면 승부처가 생긴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한겨레/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김 대표는 “식당 가면 온통 테슬라, 삼성전자 얘기뿐이며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무슨 공부를 더 하고, 어떤 전문가를 만나봐야겠다는 식의 얘기는 별로 들어볼 수 없다”며 “(주식 열기가) 일과성일 수 있지만, 지나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2030 젊은층엔 ‘주식 조바심’ 못지않게 ‘영끌’이란 말로 상징되는 ‘부동산 열패감’이 널리 퍼져 있다. 청년의 자산운용에서 부동산에 대한 인식은 어때야 한다고 보는가?

“태어난 환경 조건을 무시하지는 못한다. 192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20·30세대는 50·60세대와 또 다른 새로운 조건에 놓여 있다. 그들에게 맞는 조건은 부동산이 아니고 글로벌 혁신이라고 본다. 혁신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콘크리트, 철근에 투자하지 말고 혁신 기업에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기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본다.”

―아직 직장을 잡지 못한 20대에게 자산운용은 사치처럼 들릴 수 있겠다.

“저한테도 그 나잇대 자녀가 둘(대학 재학, 졸업생) 있다. 어려움 짐작한다. 만만치 않다. 제일 중요한 건 그래도 사회에 나와 마음에 꼭 들지 않는 직장이라도 들어가 익히면서 나아가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다만, 기회가 예전보다 글로벌하게 펼쳐져 있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지금의 20대는 교육을 많이 받았고, 영어도 잘한다. 이를 펼칠 기회가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올 거라 생각한다.”

20대의 자산운용에 대해 김 대표는 부모 세대에 대한 조언으로 답했다.

“부모들이 나중에 결혼자금이라도 조금 줄 생각을 한다면 자녀 이름으로 ‘투자 계좌’를 하나 만들어 이티에프나 주식을 사주라고 하고 싶다. 5천만원까지는 증여세가 없으니 용돈을 주거나 할 때마다 사게 하도록 하는 거다. 저도 자녀 두 명 모두에게 그렇게 하고 있다. 서른 살쯤 되면 그 돈으로 결혼은 알아서 하라고 할 작정이다. 그런 식으로 투자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경제에 대한 관념도 생겨나고,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가에 관심을 갖게 된다. 글로벌이니 혁신이니 하는 말보다 글로벌 투자 상품을 사주는 게 훨씬 낫다.”

―부동산 광풍, 주식 열기는 초저금리 탓이 컸다고 보는데 앞으로 금리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2000년대 초반 코스닥 거품이 꺼질 당시 금리가 8% 수준이었다. 그땐 주식시장이 꺼질 때 돈을 옮길 만한 다른 좋은 곳이 있었다. 8% 확정금리를 줬으니. 지금은 예금금리가 제로(0) 상태다. 여기서 오른다고 해도 많이는 못 오를 거다. 4~5년 정도는 여전히 저금리 상태에 머물 것이라고 본다.”

김 대표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거꾸로 해석하면 자산운용 전략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불평등의 원인을 달리 거꾸로 보면 어떤 부류의 사람이 어떻게 부를 쌓았는지로 해석할 수 있다. <21세기 자본>이란 게 결국 토지, 자본, 기업지분 같은 자본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얘기 아니냐. 자산가격의 변동을 감내할 수 있을 때 자본을 가지는 습관을 형성해두면 노후 준비에 나을 것이라 본다. 틈틈이 기업지분을 글로벌하게 갖는 ‘글로벌 자본가’가 되라고 평소에 말하고 다닌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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