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2020년 07월 04일 10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7월 18일 00시 00분 KST

서울에 세제와 샴푸까지 덜어 사올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리필 가게가 생겼다 (사진, 사용법)

FINDS|코코넛껍질 화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요가바지도 판다.

박디터의 FINDS ①|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어 뒷이야기가 궁금한 브랜드나 스토어를 소개합니다. 앞으로 여기서 사세요.

″또 돈 주고 쓰레기를 사버렸다”

택배를 뜯으며 생각한다. 과일, 채소, 이런 먹을 거리 말고도 매번 별 수 없이 플라스틱통에 담겨 오는 샴푸, 세제 같은 걸 리필로 사올 수는 없을까? 다른 나라에는 ‘제로 웨이스트(포장재 쓰레기 없는) 가게’들이 있다는데 역시 여기서는 좀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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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독일 브레멘의 제로웨이스트 가게 SelFair에서 손님이 쌀을 덜어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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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독일 막데부르크의 Frau Erna`s loser LebensMittelpunkt에서 손님이 병에 세제를 병에 담고 있는 모습

알고보니 한국에서 액체를 리필로 담아주는 가게를 운영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한 거였고, 그 자격증을 굳이 따서 ‘리필형 슈퍼마켓’을 연 사람들도 있었다. 6월에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문을 연 ‘알맹상점’이다.

이곳은 빈 용기를 가져가 세제와 기초화장품, 향신료 등을 필요한 만큼 덜어 사올 수 있는 리필 가게다. 알맹상점 사용 방법을 물으러 직접 그곳을 찾았다. 재사용 에코백을 기부 받는다기에 회사 행사 때 쓰고 남은 에코백도 몇 개 챙겼다. 아래는 포장재 없이 알맹이만 파는 ‘알맹상점’의 핵심 인력 중 한 명인 공동대표 금자씨와의 대화다.

HUFFPOST KOREA/SUJEAN PARK
알맹상점 매대 일부의 모습.

- 리필 상점은 어떻게 열게 되셨나요?

= 환경단체에서 일하다가 폴리머(polymer)계 플라스틱 물질에 대해 알게 되면서 동네에서 ‘plastic-free’(플라스틱 없애기) 운동을 했어요. SNS에서 사람들을 20명 정도 모아서 망원시장에서 장바구니 나눠주는 이벤트도 하고, 액체 세제를 큰 통으로 사서 우리끼리 리필로 딱 큰 통으로 싸게 산 값만큼 사가는 것도 했고요.

그런데 사실 제일 어려운 점은 막상 자기 장바구니나 용기를 가져가서 거기다 담아달라고 해도 상인들이 번거로워 하면서 거절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가게를 아예 여는 게 플라스틱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같아서 올해 20명이서 알맹상점을 열었어요. 운영은 그 중에 3명이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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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제품 리필 스테이션. 앞에 놓은 작은 병들은 시향용.

- 세제와 기초화장품은 리필로 사는 가게를 찾기 힘든데, 왜 그런 거죠?

=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라는 자격증이 있어야 소분해서 팔 수 있어요. 이 가게를 열려고 한 명이 그 자격증을 땄어요. 그런데 액체 리필 가게가 매일 용기 소독을 해야해서 손이 많이 가서 처음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거든요. 저희처럼 리필 가게를 열고 싶은 분들을 위해 가이드를 만들었는데 참고해주세요.

(세제 소분 가게 만들기 안내서 pdf 다운받기 링크)

(전국 세제 소분 가게 지도 링크) (전화로 영업 여부 확인해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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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상품들. 재활용 플라스틱병, 공정무역 올리브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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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상품들. 삼베 마스크, 다회용 면봉.

- 리필 가게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 장점 1. 용기 쓰레기가 안 생긴다.

장점 2. 포장재 가격이 빠져서 더 싸다. 저희는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냥 택배로 간단하게 받는 거에 비해서 비싸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무거운 거 들고 다니면서 귀찮게 용기 세척하는 사람들이 손해보면 안 된다.

장점 3은 요즘 1·2인 가구가 많은데 적게 소분해서 살 수 있다는 거. 혼자 사는 사람이 오일이나 샴푸 대용량 사면 몇 년씩 써야하잖아요. 저희는 공짜 샘플은 드리지 않아요. 대신 5g, 10g, 이렇게 샘플만큼 적은 양도 사가실 수 있어요. 여러 종류를 소량으로 살 수 있는 게 장점이죠.

단점 1.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거. 빈 병이나 용기를 가져와야 하는 것도 단점이긴 하지만 저희 가게에 무료로, 혹은 500원에 저희가 소독해둔 유리병이랑 플라스틱병을 쓰실 수 있어요. 유리는 열탕소독하고 플라스틱은 식물성 에탄올 소독해요. 세척 못하고 가져오신 분은 저희 주방에서 직접 씻고 살균건조기에 넣어서 건조한 후에 살 거 담아가셔도 돼요.

단점 2. 리필 문화가 익숙치  않아서 물건 사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것. 저울에 무게 재는 법도 오시는 분마다 알려드려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직접 양을 정해서 살 수 있다는 걸 재미있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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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상품들. 다회용 빨대, 코코넛껍질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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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하는 식품들.

- 코로나19 때문에 특히나 더 리필 시스템 위생이 괜찮을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졌을 것 같아요. 대용량으로 파는 오일이 산패하지는 않을까 궁금해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 올리브 오일은 독일 공정무역인 Vom Fass 상품을 독일에서부터 진공상태로 받아서 와요. 통에 입구가 딱 하나뿐인데, 완전히 압축되는 마개를 쓰고요. 2년 상온 보관 가능한 제품이고 저희는 1년 안에 드시라고 안내해 드려요. 

위생은 가게 안에서는 관리가 잘 되는데, 그보다는 세척이 잘 안 됐거나 물기가 남아있는 용기에 제품을 넣으려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그럴 때 저희가 옆에서 보고 저희 건조기에 넣어서 건조한 후에 가져가시게 합니다.

또 기본적으로는 냉장보관해야 하는 제품을 팔지 않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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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저울에 올린 후 0점을 맞춘 후, 제품을 담아와 무게를 쟀다. 왼쪽은 바디로션, 오른쪽은 발사믹 식초.

- 판매 상품은 어떤 걸 고르시나요?

= 바디 제품은 비건 브랜드인 아로마티카를 비치했고요. 보통은 저희 멤버 스무명이 전에 써봤던 것들. 또 제로웨이스트 네이버 카페가 있는데 거기에 리뷰 올라온 걸 보고 참고해서 고르기도 해요. 오픈 후에 온 손님들이 ‘이건 왜 없나’ 물어보면 그것도 갖다두고. 저희가 작은 가게라 잘 모르시지만 친환경 제품 만드는 사업주님들 입점 문의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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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새 침구로 교체하는 호텔에서 사용 가능한 폐기 대상 천을 받아 반려견용 방석을 만든 판매 상품.

- 주로 어떤 분들이 손님으로 오시나요?

= 대부분 리필 가게라는 걸 알고 일부러 찾아오시죠. 일산, 구리, 광명에서도 큰 통 들고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주말에 그냥 지나가다가, 데이트하다가 들어와서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하는 분들도 가끔 있고요. 

특징은 친환경 생활을 하는 커뮤니티를 찾고 싶은 분들, 좀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공부하려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거의 다 20대나 30대 비혼 여성분들이세요. 생활협동조합에서도 친환경 제품을 팔기는 하지만, 상품 구성이나 양이 전통적인 4인가족에 맞춰져 있거든요. 또 50대 이상 분들은 갑자기 생활방식을 바꾸기 어려워서 실리콘 랩 같은 새로 나온 제품을 잘 안 쓰지만 젊은 세대는 이런 것도 체험이고 놀이라고 생각해서 잘 받아들여서 그렇기도 하고요. 

그런 분들을 소규모로 초대해서 강의도 해요. 관심 있으시면 인스타그램(링크), 블로그(링크)에서 소식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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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래교, 고금숙(금자) 알맹상점 공동대표.

- 강의에서는 어떤 걸 배울 수 있나요?

= 한국이 섬유 만드려고 일본에서 폐페트병 수입하는 거 아세요?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는 분류가 잘 안돼서 질이 낮아서 그런 거거든요. 그래서 재활용 체계 안에서 재활용 잘 하는 방법, 예를 들어 투명만 따로 내놓는다든지. 아니면 자원 순환 체계 전체에 대해서 큰 그림을 알려드리는 강의도 있어요. 플라스틱 버릴 때만 쓰레기가 아니라, 플라스틱을 만드는 공정에서부터 이미 플라스틱이 많이 버려진다는 이야기 같은 거요.

 

- 열심히 해도 재활용을 혼자 힘으로 잘 하기는 어렵잖아요.

= 저희 가게에 자원회수센터가 있어요. 오실 때 색깔 있는 빨대, 플라스틱 병뚜껑 가져오시면 저희가 모았다가 제휴한 플라스틱 업체에 보내서 100% 재활용되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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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재활용센터에서는 쓰레기로 버려지는 작은 조각의 플라스틱을 가져가면 이렇게 색깔별로 분류했다가 재활용 가능한 업체로 보낸다.

- 가게니까 수입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알맹상점의 사업상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 기본 목표는 ‘생활형 운동’이라서 지금은 무임금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몇 달 안에는 영업 준비 시간은 빼더라도, 영업시간 만이라도 직원 3명의 최저임금이 나오도록 운영하는 게 목표고요. 그래서 3년까지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얼마나 갈지는 솔직히 회의적이지만요. 저희는 이 사업을 ‘셀프 그린 뉴딜’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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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세제 리필 스테이션.

리필 가게 알맹상점 이용법

 

1. 가기 전 가져갈 것들. 

다른 손님들이 재사용할 수 있는: 안쓰는 에코백, 종이백, 유리병, 플라스틱병

분리수거로 재활용 시킬: 우유팩 10개 이상, 색깔 있는 작은 크기의 PE, PP 플라스틱(빨대, 병뚜껑 등) 10개 이상, 커피 원두 가루(완전히 말리거나 혹은 얼려서) 50g 이상, 투명 페트병 10개 이상 

내가 산 물건 담아올: 공병

 

2. 가서 사올 수 있는 것들.

(*아래는 상품 리스트 일부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 주의.)

아로마티카 바디 제품들.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만든 플라스틱병

인도 공정무역 양모펠트 요가매트 

공정무역 면 자투리천으로 만든 다회용 화장솜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으로 만든 스포츠웨어와 가방 (링크)

삼베 마스크

[기간한정] 공정무역 올리브오일, 발사믹식초, 파슬리·페퍼론치노·피클링 스파이스 등 각종 향신료

친환경 화분 (커피가루, 코코넛껍질)

실리콘 텀블러

용설란, 말털 등으로 만든 각종 세척솔

천연 수세미

다회용 랩 (밀랍, 실리콘)

다회용 커피 필터

바다에서 주운 유리조각 활용한 액세서리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디자인하고 나무를 베는 대신 사탕수수나 재활용 종이를 이용해 만든 종이 노트북 거치대 (링크)

다회용 빨대와 마우스피스

음식물쓰레기 발효제 (금자: 사용법 워크숍 꼭 듣고 사세요!)

 

알맹상점

주소 =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49, 2층

영업시간 = 일월화 오전11시~오후4시, 수 휴무, 목금토 오후2시~오후9시 

 

*대화는 명료한 전달을 위해 축약, 정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