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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인들이 '낙태죄 폐지 찬성' 표를 던지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인터뷰)

"지금의 아일랜드는 과거에 발이 묶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투표는 아일랜드가 한발 더 나아갈 기회를 줄 거예요"

오늘(25일) 아일랜드에서는 엄격한 ‘낙태죄’ 완화를 묻는 역사적 국민투표가 열린다. 현재 해외에 살고 있는 아일랜드인들 중에는 투표를 위해 아일랜드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아일랜드 워터포드 출신인 로라 마흔 역시 그중 하나다.

만약 찬성표가 우세하다면 아일랜드는 법을 바꾸고 ‘임신 12주까지는 제한 없이 임신중단을 허용’하게 되며, ‘예외적인 경우에는 12주에서 24주까지’도 가능해진다.

현재 아일랜드에서 임신중단이 가능한 유일한 경우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자살 포함)뿐이고, 불법 임신 중절은 최고 14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 범죄로 취급된다.

폐지 찬성을 강력히 지지하는 마흔은 현재 런던에서 연설과 언어 치료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다. 낯선 이의 친절이 없었더라면 마흔은 투표할 기회를 놓칠 뻔했다.

로라 마혼 
로라 마혼  ⓒLaura Mahon

“투표하러 아일랜드에 가기 위해 겨우 하루 휴가를 얻어냈는데, 그날 비행기 표 가격을 보고 크게 낙심했다. 내 통장엔 9파운드밖에 없었는데 비행기 표는 200파운드 정도였다.”

소셜 미디어에서 도움이 찾아왔다. 마흔은 ‘어브로드 포 예스’(Abroad For Yes)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해서 비행기 표 비용을 구하기 힘들다는 글을 올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멋진 여성이 메시지를 보내, 자신은 투표하러 갈 수 없으니 대신 내 비행기 표를 사줘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할 말을 잃고 펑펑 울었다.”

산모와 태아의 생명에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조항인 아일랜드 수정헌법 8조 폐지에 대한 국민투표가 성공한다면, 아일랜드 의회가 보다 폭넓게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법을 입안할 수 있도록 헌법이 수정될 것이다.

최근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매일 9명의 여성이 임신중단을 위해 영국 등의 외국으로 출국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산 임신중절 약을 복용하는 여성은 더 많다고 한다. 바라드카는 아일랜드에서 여성이 통제되지 않는 위험한 약을 먹고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총리는 1983년에 수정헌법 8조가 헌법에 포함되었으며, 당시엔 생명을 구하고 임신 중절을 예방하려는 목적이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RTE 라디오 원에 밝혔다.

에이미 갈란드 
에이미 갈란드  ⓒAmy Garland

번역가 에이미 갈란드(24)는 이번 투표로 위험한 불법 임신중단을 예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로마에 살고 있지만 25일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더블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나는 수정헌법 8조 폐지에 찬성할 것이다. 헌법은 복잡한 의료 이슈가 들어갈 곳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국가로서 우리는 ‘자신의 몸에 대한 자신의 선택을 하도록’ 여성들을 신뢰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의 아일랜드가 과거에 발이 묶여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국민투표는 현재로 한 발 나아갈 기회를 준다고 믿는다.”

“아일랜드가 연민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 우리도 변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엄청난 기회다.”

아이리시 타임스가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8조 폐지 찬성 의견이 훨씬 우세했지만 격차는 줄어들었다.

가레스 그레건 
가레스 그레건  ⓒGareth Gregan

클레어 출신인 가레스 그레건(25)은 브뤼셀에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투표할 예정이다. 그레건의 어머니 제럴딘은 작년에 원치 않는 임신을 했던 자신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털어놓았다. 그때 낳은 아들은 입양을 보냈다.

그레건은 “삶의 현실과 복잡성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임신중단은 매년 수천 명의 아일랜드 여성들에게 현실이 된다. ‘반대’ 캠페인 측에서는 이런 상태가 계속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길 바라지만, 이젠 더 이상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로라 피니
로라 피니 ⓒLaura Feeney

로라 피니(21)는 네덜란드에서 1년 예정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시간을 내서 카운티 마요로 돌아오기로 했다.

메이누스 대학교 학생인 피니는 작년에 스트라이크 포 리필(Strike for Repeal)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너무 멀어서 투표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무력감이 들었다고 한다. “이건 역사적인 투표고, 헌법을 바꿀 수 있는 내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에 살며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보니, 그들은 아일랜드의 현재 낙태법에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망신거리다. 지금도 아일랜드가 굉장히 종교적이고 퇴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낙태로 14년형을 산다는 건 이런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먼 곳에서 지내다 보니, 내가 고국에 대해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또한 아일랜드의 철저한 변화를 위해 싸우겠다는 불꽃이 내 안에서 타올랐다. 마침내 가톨릭의 족쇄를 벗어던지게 하고 싶다.”

 

* 허프포스트UK의 기사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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