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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했지만 승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선전하면서 승부는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11.04 19:56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실상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2020년 11월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실상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2020년 11월4일. ⓒASSOCIATED PRESS

″우리가 이번 선거를 이겼다.”

아직 주요 경합주의 개표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승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그대로였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측은 입장을 내고 ”미국 시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빼앗아가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이를 강하게 규탄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민주적 절차(개표)는 계속되어야 하고, 계속될 것이다.”

3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선은 여러모로 전례가 없는 모습으로 전개됐다.

역대 최다 규모인 1억명 넘는 유권자들이 선거일 전에 이미 우편투표와 현장 사전투표로 한 표를 행사했다. 기록적으로 늘어난 우편투표는 예상대로 일부 지역에서 개표 지연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승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승리’를 선언하는,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바이든 캠프는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빼앗아가려고 하는 미국 대통령은 우리 역사상 없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2020년 11월4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2020년 11월4일. ⓒASSOCIATED PRESS

 

이날 개표 초반에는 두 후보가 예상대로 우세 지역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차곡차곡 선거인단을 쌓아나갔다.

개표 초반의 관심은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주의 결과에 쏠렸다. 바이든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초접전 양상이 나타났던 이 지역에서 승리할 경우 일찌감치 승리를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도시권을 뺀 교외지역을 거의 싹쓸이 하며 3%p 넘는 격차(개표 96% 기준)로 플로리다주를 차지했다. 4년 전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때까지 바이든 후보에게 크게 뒤처져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 텍사스주에서 승리한 것이다. 민주당은 두 번째로 많은 선거인단(38명)이 걸린 이곳을 집중 공략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텍사스에서의 승리로 트럼프 대통령은 2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바이든 후보(223명)을 턱밑까지 추격해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했던 곳을 잡은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그동안 일부 여론조사에서 언급됐던 바이든의 ‘압승’ 시나리오는 불가능해졌다. 그동안 발표됐던 여론조사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4년 전에 겪었던 ‘악몽’이 재연되는 분위기마저 돌았다.

더불어 당선자가 일찍 확정될 가능성도 사라졌다. 남은 중서부 경합주의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 됐는데, 이 지역들은 모두 우편투표 개표가 지연될 것이라고 예측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선거관리원들이 우편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사흘 뒤인 6일에 도착한 우편투표까지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했지만 공화당은 이에 반발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3일.
필라델피아 선거관리원들이 우편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사흘 뒤인 6일에 도착한 우편투표까지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했지만 공화당은 이에 반발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주. 2020년 11월3일. ⓒASSOCIATED PRESS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 걸린 선거인단 총 46명 중 누가 몇 명을 차지할 것인지는 며칠 뒤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사흘 뒤인 6일에 도착한 우편투표까지 개표할 계획이다.

바이든 후보는 4일 새벽 애리조나주에서 승리를 확정한 게 위안거리였다. 다른 지역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결과가 발표되기에 앞서 바이든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개표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우리가 승리할 겁니다.”

이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투표를 조작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뒤 ”우리가 이번 선거를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개표를 멈추기 위해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부터 펜실베이니아주의 우편투표 마감시한 연장을 허용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비판해왔다.

그러자 펜실베이니아주의 톰 울프 주지사(민주당)는 ”아직 100만표 넘는 우편투표의 개표가 남아있다”며 적법한 ”모든 표를 집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펜실베이니아의 선거와 우리의 투표, 민주주의에 대한 당파적 공격입니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0년 11월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0년 11월4일. ⓒASSOCIATED PRESS

 

4일 오전 5시(한국시각 4일 오후 7시)를 기준으로 바이든 후보는 선거인단 238명을, 트럼프 대통령은 213명을 각각 확보했다.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선거인단 87명 중 어느 후보가 ‘매직넘버’ 270명을 채울 수 있는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제 남은 곳은 6개 주다.

비교적 개표가 많이 진행된 위스콘신(10명)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불과 0.3%p차로 앞서고 있고, 조지아(16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2.2%p차로 리드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15명)는 트럼프 대통령이 1.4%p차로 앞서고 있다.

미시간(16명)과 펜실베이니아(20명)에서는 개표가 각각 82%, 64%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다.개표가 67%가량 진행된 네바다(6명)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리드하는 중이다. 

바이든 후보가 네바다에서 승리하고 위스콘신까지 승리한다면 나머지 네 개 주 중 하나만 이기면 당선을 확정짓게 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또는 미시간)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를 모두 이긴 다음 나머지 세 개 주 중 하나만가져오면 당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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