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취재에 나선 AFP 소속 사진기자를 폭행해 병원으로 이송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기자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농민들의 올리브 수확 현장을 취재하던 중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안지구(요르단강 서안 지구)는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영토이지만,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현실에서는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통제 중이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의 사진이 붙은 거리.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AFP 소속 베테랑 사진기자 자아파르 아슈티예(58)는 최근 서안지구 북부 아크라바 인근에서 취재하던 중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당시 아슈티예는 언론인임을 표시한 차량에 탑승하려 했으나 정착민 2명이 달려들어 소총 개머리판으로 여러 차례 폭행했다.
아슈티예와 함께 현장에 있던 AFP 사진기자 존 웨셀스에 따르면 당시 두 기자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올리브 수확 현장을 취재하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남성을 구금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사륜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기자들을 향해 접근해 총을 쐈고, 팔레스타인인 1명이 발에 총상을 입었다. 이후 최소 6명의 무장 남성이 AFP 기자들에게 접근했고, 아슈티예가 차량에 탑승하려는 과정에서 폭행이 이어졌다. 이들은 아슈티예의 카메라 장비도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웨셀스는 공격 당시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최소 12명의 이스라엘 군인이 있었지만, 기자들을 향한 폭력 사태를 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슈티예는 폭행 직후 나블루스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의 아들 자인 자파르에 따르면 아슈티예는 의식이 있는 상태였으며 엑스레이 검사에서 골절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24시간 집중 관찰을 위해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서안지구에서 올리브 수확철을 맞아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정착민들은 매년 올리브 수확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농민들의 농지를 공격하거나 올리브나무를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벌여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령에서 활동하는 국제 언론을 대표하는 외신기자협회는 현장에 있던 이스라엘 군인들이 언론인에 대한 공격에 개입하지 않은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번 사건이 서안지구 취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 대상 공격과 절도, 기물 파손 등이 잇따르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25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론인이 살해된 국가로 집계됐으며, 레바논과 가자지구에서 최소 225명의 언론인이 숨졌다.
언론인 권리단체들은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언론인 대상 공격과 취재 방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이후 서안지구에서 AFP 기자 1명을 포함해 19명의 언론인이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