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의 재구성 : 이것은 '교통사고'가 아니다

2015-04-16     허완

“목포타워(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 여기는 123(정). 현재 본국이 좌현 선수를 접안해 승객을 태우고 있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 사람이 하강을 못하고 있다. 아마 잠시 후에 침몰할 것으로 보인다.”

9시47분 첫 지시 “힘을 내봐”

이 입수 분석한 주파수공용무선통신(TRS) 교신 녹취록을 보면, 사고 현장에 출동한 100t급 경비정 123정의 다급한 통신에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이 답한다. “힘을 내봐.”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 활동을 지휘한 해경 수뇌부는 무책임했다. 목포서와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본청 상황실에 수십 명씩 모여 있으면서도 누구도 구조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상황을 책임 있게 지휘하지도 않았다. 수백 명이 탄 여객선이 침몰하는 상황인데도 해경이 골든타임 내에 보낼 수 있는 구조 세력은 100t급 소형 경비정과 헬기 3대뿐이었다. 구조 세력이 소수라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세월호 내부 정보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지만, 해경 수뇌부는 세월호와 교신하기는커녕 세월호와 교신하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도 정보를 요청하지 않았다.

만약 해경 수뇌부가 구조 계획과 지휘를 잘했다면 어땠을까. 박형주 가천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세월호 재판 증인으로 나와 설명한 가상 탈출 시뮬레이션을 보면, 123정이 오전 9시45분께 조타실에서 선원들을 구조하지 않고 승객 구조를 시작했다면 6분45초 만에 승선원 전원이 4층과 5층 갑판을 이용해 탈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 세력이 도착하자마자 “어서 나오라”고 대공마이크와 확성기로 외쳤다면, 해경 대원들이 선내로 진입해 로프와 자일을 이용해 퇴선을 유도했다면 304명이나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신고 접수 뒤 30분간 세월호와 교신 안 해

오전 9시3분 목포 상황실이 TRS로 첫 구조 명령을 내린다. “모든 국 모든 국, 여기는 목포타워(상황실). 현 시각 전남 진도군 관매산 남동 2.7마일에서 여객선 침물 중. 모든 선박은 그쪽으로 집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구내전화로 출동 지시를 받은 123정이 가장 먼저 “수신 완료”라고 답한다. 9시10분 서해청 목포항공대 소속 헬기 511호기도 목포시 옥암동의 본부에서 항공구조사들을 태우고 이륙했다. 첫 구조함과 첫 구조 헬기가 출동한 것이다.

을 보면 “가용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사고 선박과의 교신 설정해 현재 상태 확인”이라고 돼 있다. 감사원 문답서에 나오는 교신 방법에는 ①초단파무선통신(VHF) 교신 ②세월호-진도 VTS 교신 지휘 ③123정과 3009함 등 해상 함정을 통한 교신 지시 ④승무원과 휴대전화 통화 등 네 가지가 있다.

“당연히 교신했으리라 생각”했던 123정은 오전 9시2분 세월호를 3차례 호출했다. 당시 상황실과 구조 세력 가운데 유일했다. 그러나 세월호는 응답이 없었고 교신을 곧 포기했다. 123정은 “상황실이나 진도 VTS에서 세월호의 정보를 추가적으로 파악하면 우리에게 알려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감사원 문답서). 해경 수뇌부가 배의 상황도 모르고, 어떤 방식으로 구조할지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 세력은 사고 현장으로 무작정 달려가고 있었다.

탈출 문의에 “선장이 판단”

“해양경찰, 여기 세월호, 감도 있습니까?” 9시26~28분 세월호는 VHF 16번 채널로 해경을 호출했다. 행경 상황실은 이 교신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을 보면 VHF 통신 장비를 지속적으로 청취하도록 돼 있다.

9시24분 세월호가 VTS에 묻는다. “본선이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옆에서 구조를 할 수 있겠는가?” 진도 VTS 대신 유조선 둘라에이스호가 답했다. “라이프링(구명복)이라도 착용을 시켜서 탈출시키시오, 빨리.” 둘라에이스호는 충남 서산에서 정유를 싣고 울산으로 가던 중 세월호 사고를 목격했다. 진도 VTS에서 답변이 오지 않자 세월호가 재차 물었다. “지금 탈출을 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는가.”

세월호와 진도 VTS 교신 내용

진도 VTS: 지금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세월호 선장님께서 최종적으로 판단해 승객 탈출을 시킬지 빨리 결정해주십시오.

진도 VTS: 지금 경비정이 10분 이내에 도착할 겁니다.

“해양경찰, 여기 세월호, 감도 있습니까?” 9시26분에서 9시28분 사이 세월호는 VHF 16번 채널로 해경을 호출했다. 진도 VTS에 비상탈출을 문의한 직후였다. 그러나 123정은 이 교신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게다가 목포 상황실도, 3009함정에 탄 목포서장도 세월호 의 호출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을 보면 상황실과 구조 세력은 VHF 통신장비를 지속적으로 청취하도록 돼 있다.

구조 상황에서 “승객 안정시키라”

9시47분 “힘을 내봐”라는 목포서장의 첫 지시를 받은 123정이 다급하게 통신한다. “배가 60도 가까이 기울어 좌현이 완전히 다 침수됐다. 승객이 절반 이상 갇혀 못 나온단다. 122구조대가 와서 빨리 구조해야 될 것 같다.” 서해청 상황실은 “여객선에 올라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퇴선을 하라는 지시가 아니었다. “승객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란다고 했다. 본청 상황실도 9시50~53분에야 문자메시지로 명령한다. “라이프재킷(구명복) 입고 갑판상으로 집결 조치” “무조건 선내에 나오도록 조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세월호가 진도 VTS에 비상탈출을 물었을 때(9시24분), 아니면 511호기가 첫 현장 보고를 했을 때(9시27분) 내렸어야 할 구조 지시였다.

목포서장이 뒤늦게 폭풍 지시한다. “근처에 어선들도 많고 하니까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치거나 마이크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 되나.”(9시56분) “웅성웅성하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한 사람만 밖으로 빠져나오면 다 줄줄이 밖으로 따라나오니까 방송 내용이 안까지 전파될 수 있도록.”(10시4분) “밖으로 빼 나와서 바다로 뛰어들게 하면 구조가 가능하다. 최선을 다해 인명 구조에 노력하겠다.”(10시7분)

어업지도선이 생존자 건져내는 때에...

세월호가 물기둥을 뿜으며 침몰하던 오전 10시14분, 문자 시스템에 본청 상황실의 메시지가 뜬다. “여객선 자체 부력이 있으므로 바로 뛰어내리기보다는 함정에서 차분하게 구조할 것.” 현장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해경 수뇌부의 뒷북 명령은 그칠 줄 몰랐다. 10시18분 우현 3층 난간에 모여 구명정에 오르길 기다리던 마지막 40명이 황급히 물에 뛰어들었다. 본청 상황실은 “승객들 해상 탈출 적극 유도할 것” “경찰관 편승(배에 오름) 조치 못했는지?”라고 묻는다(10시21분). 그 시각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떠다니는 마지막 생존자를 어업지도선이 건져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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