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5년 04월 14일 13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16일 10시 48분 KST

'세월호 출동' 헬기511호기 첫 보고 삭제 단독 확인

한겨레

지난 1년간 세월호 유족과 함께 걷고 듣고 기록했던 <한겨레21>은 이제 4월16일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했다. 우선 세월호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생산한 각종 세월호 기록을 차곡차곡 모았다. 그 분량은 3테라바이트(TB)에 이른다. 그 기록을 분석하며 감춰진 진실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나갈 것이다.

그 첫 기사로 ‘사라진 최초의 현장 보고’를 싣는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구조 과정에 대해 감사원과 검찰에서 조사받던 해양경찰이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했던 헬기 511호기의 첫 사고 현장 보고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21>이 감사원과 검찰에 해경이 각각 제출한 주파수공용무선통신(TRS) 녹취록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해경은 “(승객이) 배 안에 있다”는 최초의 현장 보고를 삭제하거나 교신자를 뒤바꿨으며, 이를 토대로 조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이 조작한 기록인 TRS는 경찰, 소방, 응급의료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다중 무선통신이다. 해경 수뇌부(본청,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는 침몰 사고를 접수한 직후인 오전 9시2분부터 TRS로 현장 구조 세력(경비정 123정, 헬기 511·512·513호기)을 지휘했다. TRS 교신 내용은 해경 수뇌부의 구조 지휘가 적절했는지를 가늠하는 핵심 자료다.

<한겨레21>이 입수 분석한 TRS 교신 녹취록은 모두 4가지다. 이 가운데 2가지는 녹취록 원본 형태이고, 나머지 2가지는 요약본 형태다. 그런데 해경이 원본이라며 제출한 2개의 녹취록이 서로 내용이 다르고, 2개 요약본 역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원본과 요약본 모두 어느 한쪽이 조작된 셈이다.  

해경 수뇌부는 ‘여론 조작’도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21>이 입수한 123경비정 정장 및 승조원 13명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해경 수뇌부는 구조 작업에 한창이어야 할 4월16일 이후 적어도 세 차례 ‘국민 전환용’ 인터뷰를 지시했다. 해경 대변인실은 4월23일, 해경 123정 승조원 이아무개 경사에게 언론 인터뷰를 요구했다.

이 경사가 4월16일 사고 당일 세월호에 진입해 구명벌을 터뜨리는 시도를 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당시 123정이 배 위에 오르지 않고 배 주변을 돌면서 소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인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때였다. 이 경사는 검찰 조사에서 “본청 대변인실에서 구명벌을 터뜨린 것으로 해경에 대한 지탄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지시한 것”이라고 해당 인터뷰 지시의 목적에 대해 진술했다.

해경은 또 검경합동수사본부의 목포 상황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4월28일에는 ‘국면 전환용’으로 급히 123정장과 승조원들에게 기자회견을 하도록 지시했다. 김경일 정장은 이 기자회견에서 실제 퇴선 방송을 하지 않았지만 퇴선 방송을 했다고 거짓말했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2시간 전부터 김경일 정장은 김문홍 목포해경서장과 6차례에 걸쳐 22분 동안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정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세월호 해역에 도착해 현장 도착과 동시에 단정을 내렸고 함내 방송장비를 이용해서 ‘승객 총원 퇴선하라’는,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방송을 수회 실시했다. 30분부터 35분까지 수차례 방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7월 국정조사에서 해경청장은 123정이 왜 퇴선 방송 명령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책임 추궁을 피할 수 있었다. 김 정장의 거짓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해경 수뇌부가 최초의 현장 보고를 누락하고 여론 조작을 기획한 이유는 초동 대응 실패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 활동을 지휘한 해경 수뇌부도 업무상 과실을 저지른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123정만 기소하고 나머지에게는 면죄부를 줬다.

예를 들어 김경일 정장을 지휘해야 할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의 구조 업무 태만과 관련한 단서는 <한겨레21>이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에 드러나 있다. 김 서장은 비상 체제가 가동된 뒤 40분간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다. 9시47분 123정이 “(세월호) 경사가 심해 사람이 하강을 못하고 있다. 침몰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하자 “힘을 내봐”라고 첫 지시를 내린다.

“상황실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현장 상황을 잘 분석해 현장에서 놓치는 상황에 대해 지시해 효율적인 구조 활동을 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상황 지휘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힘내’라고 지시하는 게 합리적인가.” 감사원의 지적이다(5월27일 감사원 문답서).

서해청 상황실도 안이한 대응으로 세월호의 비상탈출을 제대로 유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가 9시24분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묻는다. “본선이 승객을 탈출시키면 옆에서 구조할 수 있겠는가?”

진도VTS는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세월호 선장이 최종적으로 판단해 승객 탈출을 시킬지 빨리 결정하라”고 답변했다.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던 진도VTS의 답변은 서해청 상황실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다고 감사원이 지목한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인천지방해양항만청, 한국선급 소속 공직자 34명 가운데 29%만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한겨레21>이 4월10일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세월호 참사 관련 공직자 징계 현황을 보면,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공직자 34명 가운데 10명만 중징계(파면 1, 해임 2, 강등 3, 정직 4)를 받았다.

경징계는 15명(감봉 13, 견책 2), 나머지(경고 3, 전보1, 미결정 3, 퇴직 2)는 9명이다. 특히 감사원이 요구한 징계에 견줘 가벼운 징계를 받은 공직자는 14명이나 됐다. 김문홍 서장이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김 서장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징계권자인 국민안전처장은 지난 4월1일 그를 강등처분 하는데 그쳤다. 그는 현재 해양경비안전교육원 소속이다.

자세한 내용은 세월호 참사 1주기 통권1호 <한겨레21> 1057호 ‘진실은 이렇게 감춰졌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

PRESENTED BY 네스프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