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예술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5월 3일부터 5일까지 이태원에서.
아주 예쁘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가진 드랙퀸이 있는가 하면, 수염과 근육을 자랑하는 드랙퀸,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코미디언 드랙퀸, 괴기스러운 모습의 드랙퀸, 화려한 의상으로 초현실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드랙퀸까지, 각각의 드랙퀸의 모습은 모두 다르답니다. 공연 또한 마찬가지예요.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드랙퀸, 립싱크를 기가막히게 잘하는 드랙퀸, 전문 아크로바틱이나 힙합 댄서 수준의 춤을 선보이는 드랙퀸, 스탠드업 코미디로 관중을 웃겨주는 드랙퀸 등 다양한 형태의 드랙퀸 공연이 존재해요. 그렇다면 꼭 남자가 여자로 분장하는 "드랙퀸"만 있느냐? 아닙니다.
시청 앞 서울광장, 서울 지하철 내부, 홍대, 경리단이 그 배경이 되었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다가와서 사진을 찍거나 응원을 말을 건네주기도 했으며, 추운 날씨에 고생한다며 핫팩을 사다주기도 했습니다. 다소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대부분의 경우 찡그린 얼굴보다는 밝은 얼굴로 저와 제 파트너들을 바라보았으며, 어린 자식들이 저의 퍼포먼스를 보지 못하게 자식들의 고개를 돌리는 부모들이 있었는가 하면, 자식들이 있는 그대로의 저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의 방식대로 받아들이도록 한 부모들도 있었습니다.
샬롯: 드랙을 하는 이유는? 허리케인: 처음에는 재미 삼아, 내 안의 여성성과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즐기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에는 남자인 본 모습일 때와는 달리 드랙퀸으로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서 계속하고 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거리공연 'Unjustifiable'을 선보이는 제 모습입니다. 귀여운 동물인형들과 제가 들어있는 각각의 박스에는, 그들이 버려진 이유가 쓰여있습니다. 주인님 가족에게 아기가 생겨서, 이미 많은 반려동물이 있어서, 혹은 장애가 있어서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이 있듯이 성소수자라서 버려지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되,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친근하게 표현하고 싶어 선택한 방법입니다. 제가 앉아있는 박스에는 '게이 자식은 필요없대요 (Because I'm Gay)'라고 쓰여있습니다.
총을 든 상대에 맞서는 인물의 수가 49명인 것은 올랜도 사건의 사망자가 49인이며 우리는 이에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서 마칭(Marching)해 나갈 것임을 상징합니다. 전 이 작품을 처음 구상했을 때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리커쳐의 모습으로 작품 안에서 저와 함께 할 48인을 모집하고자 했고, 실제로 48인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며 참여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저는 실제로 제가 아는 이들, 가까운 이들 위주로 48인을 선정했고, 오랜 시간 펜과 인내심과의 사투 끝에 이들을 모두 그려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모델들과 새로운 촬영소품 및 촬영/편집 기법을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이번에는 야외에서 촬영해볼까?', '이번에는 빛이 반사되지 않는 검은색 천을 배경으로 써볼까?', '프로젝터로 모델의 몸에 빛을 쏘아 보는 건 어떨까?', '물과 반짝이 가루를 함께 사용하면 어떤 효과가 나는지 테스트해볼까?' 이러한 것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제 머릿속에 떠올랐던 생각들이고 다 실제로 실행했던 내용들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16살 때 커밍아웃한 저는 한국 생활에 익숙해지기 힘들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솔직히 못하기 때문에 어색한 상황을 많이 났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한테 매날 물어보던 그 질문 '션, 여친 생겼어? 아니라고? 왜 아직.. 잘 생겼는데...'. 미국이었다면 제가 '저는 게이예요'라고 대답해 버렸을 텐데 여기서는 반응이 뭘건지 몰라서 되게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답답해지는 저는 드디어 동료들에게 고백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이힐을 신고, 메이크업을 하고, 가발을 쓰고, 제 드랙퀸 캐릭터인 허리케인 김치의 모습을 하고 서울 도심을 누비기로 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길거리 공연(이하 퍼포먼스)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계시고 일인 시위라고 보시는 분도 있으신데, 호칭은 무엇이 되었든, 제가 이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성소수자가 한국 사회에도 존재함을, 그리고 어떤 장소에도 존재할 수 있음을, 그리고 당당하게 존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둘째, 본인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며 답답해 하고 또 외로워하고 있는 성소수자분들께, 그들이 혼자가 아님을, 성소수자의 권리증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