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무더위를 피하기엔 충분하다"
마지막회에서는 향후 탐사 보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 담길 예정이다
다른 직업병 노동자 대책도 중요하다
[허프인터뷰] 황상기 반올림 대표
이재용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 승무원은 특히 피폭량이 많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직업병 피해자들이 서로 만나는 것을 두려워 했다. 노동조합을 틀어막는 이유와 비슷했다. 약자의 연대가 큰 힘이 된다는 걸 알았을테니. 삼성이 교섭 약속마저 파기한채 강행한 보상절차라는 것도 결국 피해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개별 합의를 종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피해자들을 가르고 갈라, 직업병 문제가 은폐되길 바랬다.
3월 6일은 고 황유미 씨의 10주기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다. 229명의 제보자와 79명의 사망자(삼성반도체·LCD). 공장의 위험성을 밝힌 4권의 보고서.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한 14명의 8개 질환. 2편의 영화와 3권의 책. 그동안 반도체 직업병 논란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도 강산만큼 변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피해자를 대하는 가해자의 태도는 10년 전과 같다. 그러니 피해자의 처지도 그대로다. 삼성은 여전히 모든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손바닥 뒤에서 오와 열을 맞춰 움직이는 언론의 공이 크다. 누구의 거짓말이 반도체 산업을 흔들고 있는지 보자. 삼성이 지난 10년간 뱉어 온 대표적인 거짓말 다섯 개만 뽑아 보겠다.
11일 오전 11시경부터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한국 언론들이 "UN이 삼성의 백혈병 문제 해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취지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30여개의 기사들이 제목부터 [유엔 인권보고서, "삼성 백혈병 문제해결 노력 인정"]으로 거의 같았고, 내용도 도찐개찐.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자신의 이름을 단 기사가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명·건강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1년 가까이 길바닥에서 노숙하며 싸우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길지, 결국 자신들이 한 기업의 악행에 어떤 식으로 협조하게 되는지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늘 가장 분노스러운 건 이 대목이다.
원진레이온은 직업병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 마침내 도산한다. 정부는 민간기업 중에 인수업체를 찾지 못하자 1993년 공장 폐쇄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기계들은 1994년 중국 단둥시 화학섬유공사에 팔려간다. 1966년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넘어온 기계가 한국에서 9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그 기계들이 중국에 넘어가 다시 얼굴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을 막고자 노동자들이 모였지만, 기계는 끝내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