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에서는 향후 탐사 보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 담길 예정이다
다른 직업병 노동자 대책도 중요하다
[허프인터뷰] 황상기 반올림 대표
이재용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3월 6일은 고 황유미 씨의 10주기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다. 229명의 제보자와 79명의 사망자(삼성반도체·LCD). 공장의 위험성을 밝힌 4권의 보고서.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한 14명의 8개 질환. 2편의 영화와 3권의 책. 그동안 반도체 직업병 논란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도 강산만큼 변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피해자를 대하는 가해자의 태도는 10년 전과 같다. 그러니 피해자의 처지도 그대로다. 삼성은 여전히 모든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손바닥 뒤에서 오와 열을 맞춰 움직이는 언론의 공이 크다. 누구의 거짓말이 반도체 산업을 흔들고 있는지 보자. 삼성이 지난 10년간 뱉어 온 대표적인 거짓말 다섯 개만 뽑아 보겠다.
원진레이온은 직업병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 마침내 도산한다. 정부는 민간기업 중에 인수업체를 찾지 못하자 1993년 공장 폐쇄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기계들은 1994년 중국 단둥시 화학섬유공사에 팔려간다. 1966년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넘어온 기계가 한국에서 9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그 기계들이 중국에 넘어가 다시 얼굴을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을 막고자 노동자들이 모였지만, 기계는 끝내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었다.
일말의 반성 혹은 자책, 아니면 그 비슷한 무엇이라도 내비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워낙 잘나가는 기업이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하여, 한국의 "문화적 배경"이 그러한 탓에, 억울한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투다. 토론회 내내 삼성의 입장이 그러했다. 회사가 안전관리에 있어 어떤 잘못을 했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병들고 죽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삼성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보상절차에서 가장 고약하게 생각했던 것은 삼성이 2015년 12월 31일까지 접수한 피해자에 한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못박았었다는 점이다. 보상절차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피해자들도 큰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삼성은 부당하게 내몰린 보상신청자들의 수를 자랑하듯이 발표해온 것이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언론은 이 문제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려 애쓰지만, 사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찬/반이 있을 뿐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오롯이 삼성전자에게 맡겨도 되겠는가, 과연 그것을 문제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는가."
'세계 초일류 기업'의 신화, 반도체 생산으로 삼성이 벌어들인 수백조원 수입 중 일부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응당 지출해야 할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서 얻은 것이다. 황유미씨 아버지가 외친 것처럼,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노조가 사측이 위험 물질 사용을 못하도록 견제하거나 작업중지권을 발동하였다면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번 조정위의 권고안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삼성은 외부의 감시를 배제한 채, 피해자 보상으로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