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폐쇄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닫은 것이 아니다. 4차 핵실험 후인 2016년 1월22일 통일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개성공단은 유엔 제재 결의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18일 후 홍용표 전 장관이 정반대로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 자금으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홍 전 장관의 말은 국회에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대로 굳어졌다. 언젠가 개성공단을 재개할 때, 우리는 유엔 제재위원회에 개성공단 임금의 용도를 설명해야 한다.
아직도 야권의 대권 주자 중 1년 전 김종인처럼 안보는 보수라는 깃발을 들고, 정부의 무능을 덮으려는 사람이 있다. 알지도 못하면서 유엔안보리 제재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박근혜 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안보는 보수'파, 정말 문제가 많다. 나라가 썩어 들어가도 색안경만 쓰고 있을 사람들이다. 최소한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다른 분야는 몰라도 외교안보 문제에서 실력을 갖추기를 정중히 요구한다.
2016년 2월 12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파괴무기(WMD)에 사용된다는 우려는 여러 측에서 있었다.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당시에도 문제였고, 앞으로도 문제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대량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여지면, 그 자체가 유엔 제재에 해당된다.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이 말의 진위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발언은 아무런 증거가 없는 거짓말이다.
북한은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했다. 2주일 후인 1월 22일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다. 그때 통일부는 분명하게 "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분명한 위치가 있다. ....그런 것들이 이해됐기 때문에 그간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국제적 공감대 속에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는 유엔의 제재결의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4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 2270호는 3월 2일 채택된다. 2월 10일 결정을 할 때 유일하게 근거를 삼을 수 있는 유엔 결의안은 2094호다. 통일부는 업무보고에서 2094호가 개성공단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종강 시점에는 한 학기의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여러 수강생들로부터 한국현대사 관련 독서와 토론의 소감을 공개적으로 듣기도 한다. 나는 한국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현시점에서 더 중요하게 부각되어야 할 사건과 인물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질문한다. 그런데 거의 매학기 강의마다 수강생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일관된 견해가 있다. 이는 한국현대사 최악의 인물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이다. 다수의 학생이 주저없이 이승만을 최악의 인물로 꼽는 것이다. 그런데 그 비판의 근거가 흥미롭다.
북한에서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으로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나흘간의 이번 당대회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북한의 과거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우선 이번 당대회는 198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던 6차 당대회 이후 26년 만에 열렸다. 또한 이번에 북한은 노동당 상층 지도부의 구조를 개편해 총비서-비서 제도를 폐지하고 위원장-부위원장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는 1966년 10월 제2차 당대표자회의 이후 5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기존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맺었던 합의사항과 남북한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도 이미 모두 백지화되었다. 미약하나마 가늘게 흐르던 실핏줄인 마지막 통신선마저 끊어졌다. 상호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던 안전핀마저 뽑혀버린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은 우발행동과 오인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NLL에서 남북 함정 간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국제상선 공통망을 이용하여 상호 '백두산' '한라산'이라 호출할 수 있었던 지난 2004년 6·4합의도 쓸모없어져버렸다.
주군의 어리석고 분열적인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임금이 핵 개발 등에 사용됐다는 증거가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스스로 거두는 치욕을 당한 건 자업자득이긴 하나 연민할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는 박 대통령은 홍장 관의 거짓말 실토가 일부 언론의 왜곡이라는 보도자료를 내 홍 장관을 두 번 죽였다. 홍 장관이 모시는 박 대통령은 그런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