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
할리우드에서도 흥하시길!!!
올해 제작 취소된 23개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12개는 여성 중심 서사다
한국의 배트맨 만화 팬이라면 익히 들어보았을 작품이 있다. 국내에 최초로 정식 출간된 배트맨 그래픽 노블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악십', '악멘'(악십+아멘)이라는 약어로 더 유명한 『배트맨: 악마의 십자가』이다. 제목 그대로 이 이야기에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능력 없는 인간이 범죄자들과 벌이는 전쟁이라는 배트맨 스토리에 익숙한 팬이라면 왜 이런 황당한 설정으로 배트맨의 사실성을 망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75년을 넘는 긴 역사에서 악령,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다루어진 초자연적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는 배트맨의 주요 테마 중 하나였다.
초창기 배트맨은 음식을 요리하고 즐기는 쪽이라기보다는 모든 역량을 일에만 집중하는 쪽이다. 뉴 52의 《배트맨》 27호에서 브루스는 필요한 열량과 영양을 모두 담은 셰이크 한잔으로 아침을 때우는데, 대저택의 집사답게 런던 세인트 윌리엄 요리 학교에서 다양한 요리를 습득한 알프레드 입장에서는 그런 브루스가 탐탁지 않다.
카일 레이너의 여자 친구가 냉장고 속 시신으로 발견되는 내용이 연재되던 1999년, 만화 팬이었던 게일 시몬은 '냉장고 속 여자들'이라는 제목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남자 히어로의 이야기를 전개할 목적으로 강간, 살인, 고문, 능력 박탈 등의 상황에 처하는 여자 주인공의 리스트를 정리했다. 남자 주인공들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여성들. 그녀들을 그렇게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가 과연 타당할까? 그녀가 던진 묵직한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