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문화코드 재생산, 또는 취향의 전승.
글 읽는 속도를 1초로 줄여주는 한글 의사 시리즈 1편
우선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해선 안 될 갑질의 기준을 세우고, 각 항목별 표준화된 점수를 근거로 전반적인 계량화를 하는 시도를 해보자. 이를 근거로 분기별 또는 반기별 '평균 이상 기업 리스트'와 '평균 이하 기업 리스트'를 작성해보자. '톱 10'도 좋고 '톱 20'도 좋다. 언론은 원래 '리스트 저널리즘'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서열이 있는 리스트를 사랑하므로 이 리스트를 열심히 보도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행동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합니다. 첫째, 프레임이 바뀌면 선택이 바뀌는 인지적 편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람들은 주어진 사회적 규범과 규칙에 순응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사람들은 도덕적 준거점을 가지고 있고, 여기서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는 심리적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갑질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아마도 세 가지가 모두 뒤섞여 있지 않겠습니까. 집에서는 좋은 부모, 좋은 자녀, 좋은 배우자인 이들도 갑을관계로 이루어진 환경에서는 달리 행동할 수 있습니다. 특히 꾸벅꾸벅 인사를 받는 자리인 직장 상사, 매장의 소비자, 한국 항공사의 승객의 위치에 서면, 갑처럼 행동하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기 쉽습니다.
비교대상이 있으면, 사람들의 평가와 인식이 달라집니다. 똑같은 크기의 동그라미가 하나는 작은 동그라미에 둘러싸여 있고, 다른 하나는 큰 동그라미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경우 작은 동그라미에 둘러싸인 것이 더욱 크게 보입니다.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합니다. "파티를 갈 때, 자신과 비슷한 몸집, 비슷한 얼굴모양, 비슷한 스타일을 가졌지만, 살짝 자기보다 못생긴 친구와 함께 가세요."
직장에서 상사에게 푸대접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자의 위치에 설 때는 더 취약한 계층에 속한 마트의 노동자와 텔레마케터 노동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원풀이를 합니다.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면 정규직은 비규정규직에게, 같은 비정규직이라 해도 대기업의 직원이 하청기업의 직원에게 갑질을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나와 타자의 관계가 갑을의 틀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연말 쇼핑시즌이 다가옵니다. 백화점과 쇼핑몰은 연말 할인 행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최대 80% 할인! 할인 전 10만원 하던 청바지가 2만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는 자주 있지 않습니다. 얼른 구매해야 합니다. 잠깐! 최초 소비자 가격을 일부러 비싸게 책정하고, 할인가를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가격이 원래부터 2만원이었고, 할인행사 직전에 가격을 10만원으로 인상했다가 다시 2만원으로 재조정한 것이라면?
'노인들은 보수꼴통이다', '정치인들은 다 사기꾼이다', '이슬람 사람들은 잠재적 테러리스트일 수 있다' 같은 편견들도 자기실현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편견이 없는 세상에서는 일탈 행동에 따른 비용이 크지만, 편견으로 가득한 세상에서는 통념에 따른 행동이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들을 향한 편견에 순응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의 경제사상을 선구적으로 한국에 알린 김수행 교수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상의 자유가 억압되었던 1980년대의 한국에서 자본론을 완역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치며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이론뿐 아니라 실천에도 앞장섰던 그는 진보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스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