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다는 '보수'에 훨씬 더 가까울 그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결정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나름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안보를 그토록 외치던 보수 정권하에서 정작 안보에 필요한 군의 변화에는 무감각하거나 외려 변화를 거부하는데 혈안이 되는 모습만 연출했고, 그런 현실이 바로 본인이 가장 열정적으로 추진한 특전사의 개혁 무산에서 극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겨우 칼 하나 안 사줬다고 그쪽에 붙냐'며 비아냥거리지만, 칼'을' 안 사줘서가 아니라 칼'조차' 안 사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파티에 현역 병사를 불러 사회를 보게 했다는 그 사실 자체는 평소 군의 문화에 비추어봤을 때 놀랄 일도 아닙니다. 그뿐입니까? 운전병을 사적인 용무에도 활용하는가 하면 테니스병이 군인 가족에게 교습을 하고, 군 골프장에도 병사들을 배치하는 군 아닙니까? 중령이 장군의 학위논문을 대필해주는 사례는 또 어떻습니까? 더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오늘날 군에서 장군의 명예라는 것이 사실은 부하로부터 존경과 선망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일탈하여 사적인 권력 행사와 특권에서 오는 허영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문입니다. 만일에 김제동 씨가 이걸 풍자한 것이라면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일단 와일드캣의 알려진 성능은 여러가지로 '실망스럽다'. 음향탐지기나 레이더 등의 탑재 센서 성능도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행성능, 특히 체공시간이다. 어뢰 두 발과 잠수함 탐지용 디핑 소나(음향탐지기), 승무원 3명, 무장 장착대 등 임무장비를 모두 탑재한 상황에서의 체공시간은 38분, 최소한의 장비와 인원만 실은 상태의 최대 체공시간도 79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쟁기종이던 미국의 MH-60R은 헬파이어 미사일 8발에 어뢰 2발, 음향탐지기, 승무원 3명 등 와일드캣과는 비교가 안될 중무장을 싣고도 와일드캣의 최대 체공시간보다 훨씬 오래 뜰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방만한 군의 무기소요는 놔둔 채 예산만 줄이는 방식으로 국방을 관리하니까 실체도 없는 페이퍼컴퍼니, 즉 엉터리 유령회사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각 군과 사업부서마다 하나씩 사업을 꿰차려고 하니까 엉터리 장비를 납품하고 튀는 한탕주의 세력이 득세하기 시작하여 한국군의 전 무기체계를 뿌리째 흔드는 양상으로 간 것이다. 이것이 지난 보수정권 7년간 약 70조원을 무기도입에 쏟아붓고도 군의 작전능력이 개선되지 않은 핵심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