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열린 게이커뮤니티 행사에 가다
섹스와 쾌락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고 문란함과 건전함을 나누며, 문란해보이는 존재들을 선별하고 배제하는 것은, 그들을 동등한 시민이자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따라서 민주의 본의에 어긋난다. 설혹 문란한 감염인이 있다 해도 그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인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민주의 속뜻에 부합한다.
군형법 제92조의 6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의 사생활 중 가장 내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불 속 행위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현대문명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국가폭력입니다. 이 규정은 국가가 성생활의 체위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군형법 제96조의 6은 폐지하거나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이미 유엔의 인권기구(UN Human Rights Committee)마저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히 권고한 것입니다.
동성애자들의 저 가없는 자긍과 자기확신과 시대의 물결 앞에, 감염인들이 설 자리는 왠지 적어 보입니다. 그들의 자리가 협소해 보이는 까닭은, 그들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 아니 그들이 대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조차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알지 못하는 이유는 감염인들 스스로가 자신의 병증을 말하기 어려운 까닭이겠고, 그것은 그들의 책임이 아닙니다. 감염인들이 그런 주체 없는 책임의 주체가 되어 살아갈 때, 그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떠나고는 하였습니다. HIV/AIDS 감염인의 죽음 중 상당수는 가족이 배석하지 않고, 빈소가 꾸려지지 않고, 장례식이 치러지지 않는 식으로 수습됩니다. 그들은 죽어서도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