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판결이 난 것은 이번 판결이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HIV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지나치게 심하고, 환자를 실명등록 하도록 유도하여 관리하는 제도에 대한 저항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아가 'HIV 감염 사실을 아는 환자가 고의로 위험한 성접촉을 했을 경우 형사처벌'하는 법까지 있어, '걸리면 인생 망하는 거다' 따위의 인식이 매우 보편적으로 상식화되어 있다.
이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서 소음을 쩌렁쩌렁 방출하시고, 싱싱한 당근에 콘돔을 씌워 먹지도 못하게 EBS 중앙 현관에 무더기로 쏟아 부은 끝에 우리는 해냈습니다. 바알제불보다 더 악독한, 성소수자 유명인사 중 한명인 은하선을 공영방송 EBS로부터 쫓아냈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연애하고 사랑하고 섹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관계라고 말하곤 한다. 또 절반은 틀리다. 에이즈에 걸렸다고 바로 죽음을 맞이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루 한 알 간편하게 복용하면 치료가 끝날 정도로 에이즈 치료제는 '완치'를 향해 발전해가고 있다.
〈즐거운 사라〉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 일부를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이 통탄할 만한 내용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아님을 여실히 입증하는 판결문이다. 박정희-전두환 정부 시절, 학교 정문 앞에서 '두발단속'을 하던 선도부장이 읊을 만한 내용을 대법원 판결문으로 작성했다.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의 판매금지 조치가 해제되었으면 한다.
동성애와 에이즈를 싸잡아서 혐오하는 노골적인 보도 행태도 일부 언론 보도에서 드러났다. 특히 국민일보의 관련 보도는 다른 언론보다 분량이 많았고, 보도 형식도 단순 보도부터 기획기사, 기자칼럼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국민일보는 에이즈 자체만을 다룰 때는 정확한 사실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동성애와 연결시키는 순간 태도가 돌변한다. 4월 28일 국민일보는 '대선 핫이슈된 동성애 팩트 검증 해보니...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 창궐"' 기사에서 "'창궐'이라는 표현이 과하긴 했어도 홍 후보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JTBC, 조선, 한겨레, 경향 등 주요 언론들이 같은 발언을 두고 '거짓'이라고 판단한 것과는 판이한 태도였다.
군형법상 추행죄는 성폭력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이 조항이 없어도 군형법에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조항이 있다. 설령 군형법에 성폭력 처벌 조항이 없어도 일반 형법이나 성폭력특별법과 같은 조항을 적용하므로 성폭력 처벌에 대한 공백이 생긴다고 볼 순 없다. 오히려 성폭력을 처벌하고자 한다면 병사들 간에 입대일 하루 차이로 생기는 기수 문화, 권력차이를 없애는 게 먼저다.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한 권력 차이가 전제된다. 실제로 병사들끼리 업무 지시하고 복종하는 과정에서 위계가 발생하고 구타, 폭행, 성폭력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동성애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성폭력을 없앤다? 이것은 핀트가 맞지 않는다.
특정 소수자 혐오는 그 소수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너무 퍼지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전염과 확산에 대한 경계 혹은 공포가 깔린 의심에서 출발한다. 미혼모의 존재를 인정하면 너도나도 미혼모가 되려 하지 않을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면 너도나도 군대 안 간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바탕에선 이들이 적게 존재하면, 심지어는 없으면 더 좋다는 생각을 당연시하고 있다. 소수자 인권을 부정하지 않더라도 결국 차별이 예방이라는 믿음도 깨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수자 인권은 허술한 토대 위에 집을 짓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 강연 주제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독재'. 변호사라는 강연자는 강연 내내 '동성애 독재', '표현의 자유'를 자주 입에 올렸다. 차별금지법이 합법화되면 동성애 독재가 시작된다고 주장하던 그는 점점 격앙되더니 소리 높여 "저들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동성애를 외치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자유는 무시합니다. 우리에게 자유가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는 혐오할 자유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학문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가 사라지는 독재 시대가 찾아옵니다"라고 주장했다. 헷갈렸다. 이곳은 대학인가.
군형법 제92조의 6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의 사생활 중 가장 내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불 속 행위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현대문명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국가폭력입니다. 이 규정은 국가가 성생활의 체위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군형법 제96조의 6은 폐지하거나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이미 유엔의 인권기구(UN Human Rights Committee)마저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히 권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