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일말의 반성 혹은 자책, 아니면 그 비슷한 무엇이라도 내비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워낙 잘나가는 기업이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하여, 한국의 "문화적 배경"이 그러한 탓에, 억울한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투다. 토론회 내내 삼성의 입장이 그러했다. 회사가 안전관리에 있어 어떤 잘못을 했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병들고 죽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삼성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양 상무님은 누구를 대표하는 분이신지요? 삼성 임원의 생각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이미 너무 많습니다. 거기 한 명의 이름을 더 올려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 새로운 정치인이 대표해야 할 사람들은 아직 대표되지 않은 수많은 시민들입니다. 청년이든 소상공인이든 비정규직이든 노인이든, 삼성전자 상무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입니다. 삼성전자 상무가 아니라 삼성전자에 갓 입사한 생산라인의 고졸 사원들도 대표되지 않는 이들입니다. 백혈병에 걸렸던 직원들도 이들 중에 있습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언론은 이 문제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려 애쓰지만, 사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찬/반이 있을 뿐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오롯이 삼성전자에게 맡겨도 되겠는가, 과연 그것을 문제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진심으로 궁금해졌어요. '삼성' 씩이나 돼가지고 그렇게 사실 왜곡하고 거짓 홍보하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 싶은 거죠. 다른 문제도 아니고 그 회사에서 일하다 병들고 죽은 노동자들의 문제를 놓고 말이죠. 그래서 작정하고 물어요. 정말 부끄럽지 않나요?
2012년 10월 15일,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는 삼성전자 LCD사업부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씨를 방문했었다. 바로 며칠 뒤 삼성전자 쪽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쪽과 대화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김지형 전 대법관 등이 나서 조정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조정안이 나온 것이다. 이번 조정위의 조정안은 'LCD'와 '뇌종양'을 포함한다. 그 시점, 그 캠프에서 기획해 실행했던 그 일정과 메시지가 이 조정안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었다면, 선거운동 기간 중의 그 하루는 역사적 순간이다. 어쩌면 선거에서 이기거나, 지거나, 나서거나, 물러서는 것보다도 더 역사적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