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안희정 충남지사님께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출마선언문을 보았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더군요. 이 하나의 문장을 앞에 두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공짜 밥'이라는 낙인의 이름이 붙어있을지라도 살기 위해 그것을 원했던 사람들, 그러나 매몰차게 국가로부터 거절당했던 사람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퇴진'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는 한편으로, 일각에선 그야말로 '아무말 대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분노와 조롱의 한편에는 소수자에 대한 비하/혐오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정서의 한 가운데에는 '발달장애/정신장애'에 대한 혐오도 존재한다. 특히, 소위 '심리학자'라는 자들이 박근혜를 정신장애 또는 발달장애라고 단정지으며, 자신의 장애혐오 정서를 여과 없이 노출시키고 있는 것은 매우 문제적이다.
수십년 간 '퍼스트 레이디'의 삶이 몸에 베어 있을 박근혜를 '포로'라고 부르며 '구출'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적절한 것인가? 이는 "국민들만큼이나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과 유사한 주장이다. 혹여나 나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탄핵되거나 하야했을 때, 이런 주장이 '박근혜 동정론'에 이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시설에서 일어난 온갖 추악한 일들을 관성적으로 '인권침해'라 말해왔다. 그러나 대구시립희망원 사건을 보자. 2년 반 동안 123명이 사망했다. 이건 인권침해가 아니라 '학살'이라 말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저 과격한 표현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시설의 역사를 돌아보면 부랑인이라는 집단을 '절멸'시키려는 학살임이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