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파괴와 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연속적인 발전 과정이다. 치욕스런 일제 조선의 역사도 엄연한 한국인의 역사다. 김윤식은 '전천후 세대' 비평가다. 1936년생인 그는 자신 세대의 포로가 아니다. "나 자신의 세대 의식은 없다" 스스로 고백하듯이 특정세대이기를 거부하고 객관적 투명성을 미덕으로 삼은 '구경꾼' 내지는 '방관자'의 특권을 극대로 행사한다.
나는 한국문단의 이러한 '표절의 환락가화(歡樂街化)'가 2000년 가을 즈음부터 줄줄이 터져 나왔던 신경숙의 다양한 표절 시비들을 그야말로 그냥 시비로 넘겨버리면서 이윽고 구성되고 체계화된 것임을 또렷이 증언할 수 있다.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한국문단의 '뻔뻔한 시치미'와 '작당하는 은폐'는 그 이후 한국문단이 여러 표절사건들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 악행을 고질화, 체질화시킴으로서 한국문학의 참담한 타락을 가져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한국문인들은 신경숙의 표절 사실을 알건 모르건 간에 어쨌든 '침묵의 공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