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오후 1시부터 서초역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비가 내린 일요일 오후, 홍콩에서 11번째 주말 시위가 열렸다.
오랫동안 사람들에 실망했기에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얻은 것 중 개인적으로 제일 의미 있는 것은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그 공간에서는 서로에게 너무 친절하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옆 사람의 존재가 소중한 느낌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꽤 오래 경험해왔던, 불신과 불안에 휩싸여 타인에게 공격적이고 거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집회 초기에는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여성혐오적인 발언도 꽤 나왔다. 그러나 여성혐오적인 발언이 나온다는 사실보다 그 발언을 빠르게 비판하고 다시 나오지 않게 조심하는 모습에 더 눈길이 갔다.
식물대통령의 교란책이 나온 것 외에 바뀐 상황은 없다. 국민탄핵의 힘으로 정권은 돌이킬 수 없게 내부 붕괴 중이다. 심지어 친박까지 등을 돌렸다. 여기서 흔들리거나 머뭇거려선 안 된다. 박근혜의 덫에 걸리면 안 된다. 지금 와서 박근혜의 '명예퇴진'을 용인한다면 눈앞의 승리를 발로 차고 우회로를 택하는 어리석음과 무엇이 다르랴. 박근혜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여의도정쟁과 개헌국면, 대선경쟁이 기다릴 뿐이다.
헌재소장이 내년 1월31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헌재는 당연히 이 시점을 1차 선고기한으로 삼아야 한다. 만에 하나 모든 정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기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내년3월15일이 마지막 기한이다. 국민의 명령이다. 아무리 늦어도 이때까지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탄핵소추안이 헌재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국회와 야3당은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종료시점이 탄핵심판의 시간적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국회 역시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지금부터 단 하루라도 머뭇거리지 말고 탄핵소추를 최대한 서둘러야 맞다.
여성혐오에 맞서기 위해 남성들의 여성비하 언어를 그대로 흉내내 되돌려준다는 메갈리아의 전략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받은 대로 돌려준다는 운동방식이 문제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메갈리아 역시 이제껏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상당부분 포기하고 감내해온 여성혐오적인 정동에 저항하면서, '어차피' 정서에 균열을 낸 중요한 운동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운동방식의 한계를 비판하기에 급급한 세력들은 오히려 여성혐오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어차피' 존재하는 사회현상으로 간주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 신고한 집회 장소는 서울광장 내부에 그쳤다. 그러나 주최 측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많이 온 시민들은 광장 안에만 있을 수 없었다.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둘러싼 동쪽과 남쪽 도로까지 나아갔다. 행진이 끝난 후 마무리 집회가 열린 대학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혜화동로터리까지 자리를 차지했고, 더 많은 차로를 집회장소로 사용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집회 참가 시민의 규모에 맞게 폴리스라인을 이동시키고 차량 흐름을 조정했다. 불상사가 없었을 뿐 아니라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필요한 공간을 더 확보함으로써 그만큼 편하고 자유롭게 집회·시위의 권리를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