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며 가장 먹먹했던 순간은 바로 낯선 이에게 폭력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게딘이 자신의 건강보다 HIV감염인 파트너 조나단의 건강을 챙겨달라고 광부노조 가족에게 부탁하고, 조나단이 에이즈 감염사실을 광부노조 가족에게 털어놓는 장면이었다. '에이즈'가 뭐든 상관없다는 듯 그의 손을 꼭 잡아주는 광부노조 가족의 모습은 마치 약자와 약자가 연대하는 모습의 완성형 같았다. 런던프라이드는 슬픔과 분노가 가득했던 시대에 약자와 약자가 서로의 손을 잡고 어떻게 버티고 변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희망'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사람다움' 역시 한층 풍성한 삶의 지평을 지시하기보다 더이상은 떠밀릴 수 없는 절벽을 연상시키는 점이 한국사회의 정직하고도 부끄러운 좌표이다. 소송의 탈을 쓴 린치에 다름 아닌 손배가압류라는 신종 폭력은 공공의 정치를 난폭하게 짓밟으며 강화되어온 노골적인 돈의 정치를 대표한다. 불과 며칠 전, 진상규명을 저지할 목적이라 볼 수밖에 없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내놓으면서 보상금이 8억이네 11억이네 운운한 것과 정확히 동일한 성격의 폭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