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부세를 세금폭탄에 비유하며 참여정부를 음해하는 수구언론과 한나라당과 매판지식인과 견결히 싸웠다. 그들과의 논쟁과 토론과 싸움에서 우린 패배를 몰랐다. 우리가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 진보매체와 시민단체들은 무얼 하고 있었던가? 진보매체와 시민단체들은 그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분양원가제도 개선이 핵심인데 참여정부가 그걸 하지 않으니 반개혁적이라고 난타했다.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당한 노무현과 참여정부는 고립무원의 처지로 질식당했다. 그런 참여정부와 노무현을 바라보는 내 심정은 무참했다.
〈조선〉은 박근혜와 친박을 정치적으로 거세하고 비박 중심으로 새누리를 재편해 대선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일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박근혜는 의전대통령, 식물대통령에 머물 생각이 전혀 없다. 분위기 파악이 전혀 안 되는 박근혜는 최재경을 민정수석에 꽂아 사정기관 장악을 계속할 의도를 뽐내더니 급기야 김병준을 총리내정자로 간택하고, 한광옥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야권을 갈라치겠다는 깜찍한 노림수지만, 쓰나미 앞에 모래성을 쌓는 격이다. 박근혜의 어리석음과 무모함이 박근혜가 청와대에 머물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시킴과 동시에 〈조선〉의 포석을 망쳤다.
박근혜 사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터져나올 경우, 특권과두동맹은 박근혜 사임을 정국의 이니셔티브를 쥐는 전술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군 중 누군가를 특권과두동맹이 대선후보로 낙점하고, 그가 박근혜에게 대통령직 사임을 요구해 박근혜가 이를 수락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그는 단번에 새누리 지지자들과 어쩌면 부동층의 일부도 흡수할지 모른다. 사정이 이렇게 전개되면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지 않는 한 대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게 된다.
선거를 통한 집권, 정당 해산, 노조의 악마화, 행동대의 적극적 활용, 언론 장악,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겁박 및 적과의 내통가능성 부각, 공포와 위협을 통한 지배, 기본권의 제약, 국가기관의 사유화 등등등. 위에 열거한 일들은 히틀러 나찌의 집권 및 통치기간에 일어난 일들이다. 만약 당신이 위에 열거한 일들을 박근혜 정권이 한 일이라고 해석했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위독한 상태다. 그리고 불행히도 당신의 해석에 반대하기 힘들다.
'베테랑'은 재벌 3세의 일탈을 다루지만, '내부자들'은 특권과두동맹이 얼마나 추악한지, 어떻게 굴러가는지, 어떻게 세상을 다스리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대한민국은 '베테랑' 이전에 있다. 일개 형사가 재벌 3세의 악행을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건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다. '베테랑'이 '부당거래'에 비해 압도적 흥행스코어를 기록한 이유 중 하나는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악당에 대한 응징이 영화 속에서 실현된 탓이 크다.
최인석의 '강철무지개'를 읽었다. '강철무지개'는 2100년 경의 미래를 다룬 소설이다. '강철무지개'는 정보기술혁명의 과실이 극소수에게 전유되고, 절대 다수의 시민들은 변변한 일자리도 얻지 못한 채 죽지 못해 사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국가는 한없이 무력한 대신, 기업은 사실상 국가로부터 주권을 양도 받아 에너지돔이라는 이름의 도시를 다스릴 만큼 힘이 세다. 이 소설의 무대는 대한민국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봤다. 너무나 슬프고 아픈 영화였다. 이 영화는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운명이 사실상 결정되는, 가난하고 가방끈 짧은 부모를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행복해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개미지옥에 빠진 것처럼 불행과 고통에서 헤어날 수 없는, 그리하여 약자들끼리 늑대가 되고 서로 죽이는 한국사회에 대한 솔직한 보고서다.
단도직입으로 묻자. 문재인은 노무현보다 나은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균형감각이 없는 사람이다. 정치인 문재인에게 후한 점수를 주긴 힘들다. 더구나 문재인은 국회의원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을 노리는 사람이다. 문재인에겐 "나에게 권력을 주면 대한민국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권력의지가 잘 안 보인다. 문재인은 기로에 서 있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에겐 시간과 기회가 넉넉하지 않다. 야권 지지자들은 새누리를 제압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문재인을 버릴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비례대표 위주로 의원정수를 늘리고, 의원들에게 주어진 과도한 특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덧붙여 모든 의원들에게 변호사 1명과 회계사 1명을 보좌관으로 추가 채용할 권한을 주자. 의원이 늘어나고 의원을 보좌할 전문가들이 보강돼야 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효율적 통제와 감시가 가능하다. 그 최대수혜자는 단연 힘 없고 배움 짧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들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의사가 소용 없는 것처럼, 힘세고 강한 자들에겐 정치가 굳이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