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대선개입 사건이 처음 드러난 2013년, 국정원장과 국방부장관은 이에 대해 한결같이 일부 직원들의 일탈행위일 뿐이며, 국민여론이 오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한 '방어심리전'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촛불시민혁명과 정권교체 이후 일부나마 밝혀지고 있는 국정원과 군의 정치개입과 국민사찰 실태는 그 주장이 얼마나 파렴치한 적반하장의 거짓해명이었는지를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화번호 기준으로 2013년 약 950만건, 2014년 약 1300만건, 2015년 상반기에 약 590만건 등, 이 기간 동안 통신자료 2840만여건이 권력기관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불과 2년반 만에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정보의 약 3분의 1을 가져간 셈이다. 수사기관이 수사상 필요해서 개인정보를 확인한 것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본들 연간 1300만건이나 주고받는 것이 전부 다 필요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분명 일부 중복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국민 전체를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선수단 귀국했을 때 유인촌 장관이 김연아 선수 어깨를 두드리자 김 선수가 피하는 듯한 장면을 편집한 사진 있잖아. '회피 연아'라고. 인터넷에 그 사진 올린 사람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거든. 경찰은 영장 없이 네이버에 요구해서 ID와 이름, 주민번호, e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을 받아냈고...이후에 고소는 취하됐는데, 경찰 조사 받았던 사람이 네이버 상대로 "개인정보 제공은 위법"이라고 손해배상 소송을 낸 거지.
북한이 테러역량을 준비한다는 국정원의 정보보고는 불명확하고 검증하기 힘든 첩보를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공개하여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나아가 국내정치나 입법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략적인 이유로 국민을 겁주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의도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매우 중대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국정원에 대한 낮은 신뢰가 더욱 낮아지게 될 것이 틀림없다.
통신의 '내용'을 포함하여 상대방, 통신기록, 신원정보 모두를 포괄적으로 확인 가능한 통신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 현황은 현재 정부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다. 국내 양대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2015년 초부터 공개하고 있는 자료가 유일하다. 이에 따르면 두 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만 연 평균 약 9,000건, 약 45만 개의 계정에 대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2014년만 기준으로 보면, 이들 사업자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확인, 통신자료제공 요청으로 조치된 계정 수를 다 합쳐도 약 1만 4천 개인데 압수수색으로는 양사 이용자 중 40만 명 이상의 정보가 제공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인터넷 감시에 있어서는 통신사 서버 압수수색이 가장 주력으로 쓰이는 수단임이 확인된 것이다.
G20 중 우리나라처럼 온·오프라인 모든 면에서 광범위하게 시민들의 사생활과 일거수일투족을 정부가 환히 들여다볼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겠는가? 과연 G20 중 출입국제도, 주민등록제도가 우리나라처럼 촘촘한 나라가 또 있는가? G20 중 우리나라 국정원처럼 국내외 정보수집기능, 비밀경찰기능(수사기능), 정책기획 기능, 나아가 작전 및 집행기능에 이르기까지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닌 정보기구를 두고 있는 나라가 또 있는가? 과연 G20 나라 중 우리나라만큼 많은 수의 군대와 경찰을 두고 있는 나라가 몇이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