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근무시간이 가장 긴 나라다. 야근을 스포츠라고 부르는 나라이니만큼 평일 저녁의 공연 관람을 도무지 장담할 수 없다. '나인 투 식스'가 지켜지면 저녁 8시의 공연 관람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못 보거나 저녁을 거르고 헐레벌떡 뛰어오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 한국의 공연예술 시장이 내실 있게 성장하지 못하는 핵심 이유가 비정상적인 노동 부문에 있다고 본다. 일상의 여유를 없앰으로써 수요를 견인하는 데 강력한 장애요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