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스스로 절대 그만둘 사람이 아니야. 고집이 그래" - 2016년 11월 시사저널 인터뷰
최근 진보의 대선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보수를 향하여 대연정을 주장한 데 대해 국민은 높은 평가를 함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보수의 대선후보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이미 연정을 통해 경기도정을 이끈 데 대해서도 같은 평가를 함이 마땅할 것이다. 우위를 점한 한 진영에서 곤경에 처한 다른 진영에게 진심어린 손길을 내미는 것은 참된 화해와 상생의 길을 여는 첩경일 것이다.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서 집권에 성공을 거둔 한 진영이 홀로 헤쳐 나가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대연정이 요구되는 바가 또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대선에 임박해서 민주당의 후보군 중의 한 명인 그가 이명박, 박근혜를 예로 들어 '선한 의지'를 말하는 것은 이러한 자신만의 대화방식 일반을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우선, 그가 다른 자리에서 변명한 대로 그것이 '조롱'의 뉘앙스를 가진 말이라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위안이 되겠지만 손석희 앞에서 밝힌바 상대방의 진정성을 일단 인정하고 들어간다는 자기만의 대화술의 원칙에는 어긋나는 것이 된다. 조롱이나 비아냥은 일단 상대방의 선의를 긍정하고 들어가기는커녕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조롱'의 뉘앙스가 없는 채로 이명박근혜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대선국면에서 보수층을 견인하려는 철저히 계산된 진술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번에는 도둑의 모습이 더 독특하다. 지난 정권만 하더라도 4대강이니 녹색성장이니 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벌여 예산을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 쪽으로 유도했다. 하지만 최순실은 달랐다. 기존 사업에서 가져가는 예산시스템을 활용했다. 최순실이 기획하여, 연설문을 수정하면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그 기획을 발언한다. 그리고 관료들이 VIP 발언이라고 표시해서 예산을 올린다. 그러면 전체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재정부가 예산을 깎기는커녕 오히려 늘려주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를 지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정치권이 자기네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 자체가 촛불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시민들의 거대한 노력과 희생으로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치판 전체를 흔들어놓았는데 유독 정당들만은 87년체제가 만들어낸 틀 그대로 당내 경선을 치르고 그렇게 탄생한 서너명의 유력후보 중 하나를 옛날식 그대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제일 덜 싫은 후보라도 찍으라고 들이미는 것은 심지어 상도의(商道義)에도 어긋나는 일 아니겠습니까.
지금 엄청난 '쏠림' 현상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MBC도 지난 일요일 톱뉴스로 촛불시위를 올렸다. 검찰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벼르고 있다. 난 전혀 기쁘지 않다. 그들이 무얼 생각해서 그렇게 했겠는가. 그냥 '대세'가 무서워서 따르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의 잘못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가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박근혜라는 괴물을 키운 토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제 대세가 바뀌었다고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박근혜 공격 경쟁을 하는 것과 대통령이 무섭다고 대통령에 충성경쟁을 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진정한 촛불시위는 그런 맹목적인 순응에 대한 저항이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렇게 치명적인 결함을 숨기고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 김해호씨는 최순실 게이트와 예언처럼 비슷한 내용을 9년 전에 제기했다가 허위사실공표죄/명예훼손죄로 실형을 살았고 현재 재심 진행 중입니다. 이런 의혹들을 수사는 하지 못할망정 의혹제기자들을 수사해서 감옥에 보내는 상황에서, 누군가 김해호씨가 내민 퍼즐조각에 맞는 또 다른 퍼즐조각을 가지고 있다한들 그걸 두려움 없이 내밀 수가 있었을까요? 덕분에 박근혜는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 치명적인 결함을 단순한 부인만으로 은폐해가며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11월 5일에는 종로와 을지로에서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고, 11월12일에는 처음으로 이순신상 뒷편으로 나아가 율곡로(경복궁 앞을 지나는 대로)를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고, 11월 19일에는 경복궁 옆 창성동 별관을 거치는 소로를 통해서나마 주간에 처음으로 율곡로 이북에서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습니다. 11월25일에는 자하문로(청운동 사무소 옆을 지나는 대로)에서 주간에나마 행진할 권리를 얻어내 처음으로 청와대에 200m까지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전진하고 있는 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전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집시법 제12조가 교통혼잡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퇴진요구가 일찌감치 나온 것은 대통령이 수정구를 보고 국정운영을 한 것과 비슷한 반헌법적 상황 때문이지 법률에 정교하게 정의된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신해서가 아니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나 재판에서 해원이나 구원을 찾지 말자. 사법기관을 "대타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우리의 정당한 입장을 그들의 승인에 위탁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밝혀지고 있는 추악한 만상의 근원에 동의하는 것이다. 지금 검찰이 수사를 잘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최순실게이트 직전 네이쳐리퍼블릭 게이트에서부터 추락한 검찰 스스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게 어찌되든 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기업과 정치행태가 참 잘 조응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5%도 안 되는 지지율로도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런데 재벌 총수들은 이보다 못한 지분율로 거대그룹의 소유자로 행세하고 있다. 이런 지분율 상태는 거대그룹을 상속할 때마다 연금술을 동원하게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이 연금술의 일환이다. 수조원의 주식가치가 조작되어 그룹승계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도 권력의 힘으로 쉽게 동원되었다.